[창작장편소설]별빛의향연50

2024. 8. 5. 10:21창작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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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정말 억울하고 화나지 않아요? 그런데도 그런 악마를 왜 그렇게 감싸고돌기만 하는 거 에요? 왜 신고를 못하냐고요? 아니, 왜 신고를 안 하는 거냐고요? 그렇게 날마다 두드려 맞고도, 그렇게 날마다 노예 같은 삶을 살았어도, 왜 그렇게 무작정 참고만 있는 거냐고요? 동철이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이모는? 이 어린 게 무슨 죄가 있다고? 속상 해 죽겠어요 정말!”

그렇게 춘화 이모를 닦달(?) 할 때 마다 동희는 속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 역시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오곤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일 역시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더 더욱 춘화 이모가 당한 일이 화나고 분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젠 그만 하자 동희야. 다 지난 일이여. 어차피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신고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니? 몇 번을 말하지만, 신고를 하면 그 사람만 당하는 게 아니라니께. 모든 게 다 이 이모가 자초한 일인 디, 누구를 원망하겠니? 동희야, 이모는 정말 괴롭다. 지난 일은 이제 모두 잊고, 새 출발 하고 싶어 동희야. 우리 불쌍한 동철이를 위해서도 제발 그만 해 줘. 나도 동철이만 아니라면, 애당초 물어물어 여길 찾아 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라니까. 오로지 동철이 때문에, 불쌍한 동철이 녀석 하나 때문에 이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너희들을 찾아온 거 아니니?”

“그래도 이모, 너무 분하잖아요. 나는 지금도 그 멍 자국만 보면, 살이 부들부들 떨려요. 세상에 그런 나쁜 사람이 또 어디 있어요. 그 사람은 정말 악마란 말이에요.”

“나도 안다니까 동희야. 그 사람 나쁜 사람이란 거 나도 안다니까. 그래도 참고 살아야지 어쩌겠니. 내 자신을 위해서, 동철이를 위해서 이제부터는 그렇게 조용히 살아야만 돼. 내 말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니 동희야?”

“속상해 정말! 이모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그래도 속상한 걸 어떡해요? 그건 그렇고 말이에요 이모. 그 사람이 정말로 이모를 안 찾아오겠어요? 지금이라도 당장 이모를 찾아서 오빠 집으로 들이 닥치면 어쩔 거냐고요? 지금도 이를 갈면서 이모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텐데.”

“여기는 못 찾을 거라니까. 꿈에서도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 치 못할 거라니까. 그래서 우리 모자가 더욱 더, 니 오빠한테 몸을 의탁 해 온 거 아니겠니? 그러니, 당분간만 우리 모자 여기서 머물게 해 달란 말이여. 오래 있으라고 해도 안 그럴 겨. 내가 무슨 염치로 그럴 겨. 살 궁리를 이리저리 해 보고, 보다 더 안전한 곳을 찾아서 피신해 나갈 겨. 그 때까지 만이라도 니들이 이해를 좀 해 달란 말이여.”

“이모, 왜 또 그런 말을 하세요? 두 번 다시 여기서 나간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오빠도 그랬잖아요. 완전히 안전 해 질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여기서 머무셔도 된다고요. 지금 당장 의지가지 할 곳도 없는 이모가 동철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아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라니까요.”

“아니여. 그건 내 자신이 용서를 못하는 일이여. 빠른 시일 내에 꼭 여기서 나갈 겨.”

“그건 천천히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 해 보시고요. 그나저나 이모, 이모는 정말 정님이 생각이 안 나는 거 에요? 정말로 정님이가 보고 싶지 않으신 거 에요? 나는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내가 낳은 딸자식이 보고 싶지 않다는 거 에요. 이모, 그거 거짓말이죠? 정님이가 그 얼마나 엄마를 보고 싶어 했는지 아세요?”

“그래, 보고 싶지 않어. 정말로 보고 싶지 않어. 이제 와서 내가 무슨 염치로 그 애를 볼 수 있겠어. 또, 정님이 아버지가 허락을 하지 않을 일이여. 딸자식 놔두고 야반도주한 년을 그 어떤 남자가 용서를 할 수 있겠어. 절대 안 되는 일이여. 암, 절대 안 되고말고.”

“이모부는 그럴지 몰라도 정님이는 아니라니까요. 정님이는 벌써 이모를 용서했어요. 내가 안다니까요. 언젠가 정님이가 그랬거든요. 더 이상 엄마를 원망 안한다고요. 그러면서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꼭 엄마 얼굴을 다시 봤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눈물까지 흘리면서 말에요. 그러니 이모부하고 다시 만나는 문제는 천천히 시간을 두시고, 우선 먼저 정님이부터 만나시면 될 거에요.”

“안된다니까. 이제 와서 어떻게 정님이를 만나니? 안 될 말이여. 정말 안 될 말이여.”

“이모, 정님이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정님이가 그렇게도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데? 말 못하는 동물들도 자기 자식 소중히 여기고, 위해주는 법인데......”
“그래, 동희야. 내 뱃속으로 난 자식이니, 언젠가는 한번 쯤 걔를 만나 보기는 해야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여. 좀 더 시간을 두었다가 나중에 그러고 싶어. 그러니, 이 이모를 좀 이해 좀 해 줘. 니가 자꾸 그럴수록, 내 마음도 더 아프단다.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니 동희야?”

“이모...... 에휴! 참 속상해서 미치겠어. 이모 마음이 뭐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뭐. 그나저나 동철이는 어디 갔어요? 또 놀러 나갔어요?”

“응! 한참 뛰어 놀고 싶을 때잖어.”

“그래도 좀 붙들어 두지 않고요. 아직은 위험해요. 갑자기 그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괜찮을 거여. 그 사람이 여기가 어딘지 알고 나타나겠어.”

“그래도 최대한 조심을 해서 나쁠 건 없어요.”

“그건 그렇지.”

“내가 나가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동철이도 내년엔 학교 들어가야 되잖아요?”

“그럼, 이제 학교 들어 갈 나이가 되었지. 그 어리던 것이 참, 세월도 빠르다니께. 살처럼 휙휙 지나가는 것 같어.”

“정님이는 어떻고요. 그 어리던 것이 벌써 다 큰 숙녀가 되었는데요.”

“동희 너는 어떻고? 너야말로 벌써 말만한 처녀가 되었잖어. 시집 갈 나이도 꽉 찼고.”

“네...... 어찌됐든 이모,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이젠 그냥 이 집에서 눌러 계세요. 여기계시면서 동철이 학교도 보내고, 또 이모도 편안하게 사세요. 오빠 하고 나 하고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모는 아무 부담 갖지 마시고요.”

“맘씨도 착하지들...... 어쩌면 니들은 그렇게 남매가 하나같이 맘씨가 고우니? 아무리 이모라고 해도 불편한 건 사실일건 디.”

“이모도 참...... 안 불편하다니까요. 이모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 잘 나가는 인기 가수잖아요. 또 인기 작가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그동안 벌어 놓은 돈만해도 평생 일 안 해도 먹고 살 만큼 있을 거 에요. 이모가 지금이라도 당장 원하시면, 오빠가 당장 집을 사 드릴 수도  있을 거구요. 그런데도 굳이 오빠가 이 집에 계시라고 한 이유는 혹시라도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나 이모한테 해코지를 하려 들까봐서 라고요.”

“그래서 내가 하는 소리 아니냐. 동신이나 너나 하늘나라 선녀들이 따로 없다고.”

“자꾸 그러지 마세요 이모.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 아녜요. 오빠는 그럴지 몰라도 말이죠. 제가 이렇게 하는 일 없이 여기 와서 무위도식을 하고 있어도 아무 소리 안 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아니다. 너도 착하다니까. 그나저나 동희 너는 기왕에 유치원 선생 노릇을 그만 뒀으면, 이참에 가수라든지 배우라도 한번 돼 보지 그러니? 얼굴 이쁘고 몸매 곱고 한 애가 말이여. 니 오빠한테 부탁하면 대번에 힘 써 줄 텐 디. 왜 너는 노래를 못 해?”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닌 데요. 사실 오빠 말 들어보면,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돈 잘 벌고, 인기 얻고 그런 게 아니래요. 그런 사람들은 전체 연예인 중에 극히 일부래요. 그리고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아주 피곤한 직업이래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생활 리듬이 엉망진창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건강도 쉽게 상한데요. 돈이라도 많이 벌면 다행인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금 사무직 일을 알아보고 있는 거구요.”

“하기야, 왜 안 그렇겠어. 세상사 쉬운 일이란 없는 법이니께. 연예인이라고 하나도 다를 바가 없겄지.”

“네, 이모. 그건 그렇고요 이모, 엄마하고 춘균이 외삼촌한테도 정말 연락 안 하실 거 에요? 이모부 하고 정님이는 그렇다고 쳐도 엄마 하고 춘균이 외삼촌 하고는 그냥 연락하고 지내셔도 되잖아요. 마침, 엄마도 회사 정리하고, 집에서 심심할 텐데. 두 분이서 서로 의지가지가 되실 수도 있고.”

“글쎄다. 그래도 될는지 모르겠어. 니 엄마 하고 외삼촌이 나를 받아 줄까? 두 사람도 아직까지 나한테 응어리진 마음이 많을 껀 디.”

“그런 거 없을 거 에요. 이모도 알다시피 엄마 하고 외삼촌도 그동안 많은 시련을 겪은 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이모에 대한 감정도 많이 무뎌졌을 거 에요. 이미, 십년이나 지난 일인데......”

“글쎄다......”

“이모가 먼저 연락하시기 뭣하면, 내가 한번 엄마한테 말씀 드려 볼 게요. 놀라긴 하겠지만, 괜찮을 거 에요.”

“그래, 동희 니가 언제 한번 슬쩍 말을 비쳐 봐. 언니고 동생이고 영원히 외면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니께. 그런데 동신이는 어디 갔니? 방송국에 간 겨?”

“네, 작곡가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나 봐요.”

“그랬구먼. 하여튼 정말 대단 혀! 우리 집안에 이런 이름 난 인물이 탄생할 줄 누가 알았겠니. 참 기특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그렇구나. 동희 너도 그렇지?”

“그럼요 이모. 어떻게 안 그럴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말이여. 요 근래는 동신이가 라디오고 텔레비전이고 통 비치지 않던데 말이여. 동신이가 무안해 할까봐 내가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겨? 그전에는 라디오고 텔레비전이고 틀기만 하면 나왔잖어?”

“예...... 그게......”

“왜 말 못할 무슨 사정이 생긴 겨?”

“사실은 오래전에 헤어졌던 오빠 여자 친구가 다시 나타났대나 봐요.”

“오래전에 헤어졌던 여자 친구?”

“예. 지금까지는 계속 죽은 줄만 알고 있었는데, 살아있었다는 거 에요.”

“그려? 그것 참 반가운 일이구먼. 그런데 왜? 애인을 찾았으면 좋은 일인 디, 그 일 하고 가수 활동 하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여? 아무리 애인이 좋아도 가수 활동은 열심히 해야지.”

“그런데 그게 말이에요. 찾긴 찾았는데, 어디 있는지는 모른대요. 단지, 어딘 가서 살아 있다는 소식만 들었다는 거 에요.”

“저런, 그게 그렇게 되었구먼. 그래서 그 애인을 찾으려고 가수 활동을 잠시 쉬고 있다는 이야기구먼.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거지?”

“네, 이모. 그 여자 친구를 찾기 전까지는 잠시 방송과 집필 활동을 죄다 접을 거래요.”

“에이고, 얼마나 그 애인을 좋아했으면 방송 활동까지 쉴 정도여. 애인이 많이 이뻤나 보지?”

“예, 어릴 때는 정말 이뻤어요.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그럼 동희 너도 아는 애여?”

“네, 저 하고 같은 국민 학교 동창이에요. 학년도 같았고요.”

“말하자면, 니 친구였다는 말이지?”

“글쎄요. 저는 친구가 되고 싶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주 가까이 알고 지내지는 못했어요. 그냥 오빠만 아주 많이 좋아 했었죠.”

“그렇다면, 걔도 대전 사람이라 이거지? 그리고 동신이 하고 어릴 때 대전에서 헤어졌던 거고.”

“네, 오빠 하고 어릴 때 헤어졌던 거죠. 그 때 오빠가 정말 많이 슬퍼했어요.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저런, 그 정도나 됐으니, 하던 일까지 팽개치고 그 아이를  찾으려는 거구먼.”

“그래서 저도 오빠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너도?”

“네, 지금은 저도 잠시 쉬고 있으니, 그 애 찾는 일이나 도와주려고요. 그런데 정말 막막해요. 그 애 오빠도 어디 사는지 모른다는 데 우린들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오빠도 있었어? 걔 오빠가 서울에 산다는 말이지?”

“네, 동신이 오빠도 십년 만에 걔 오빠를 만나서 그 소식을 들은 거 에요. 그런데 걔 오빠도 십년 전에 대전에서 같이 상경했을 때 서울 역 앞에서 헤어지고 말았대요. 그 이후로 소식을 모르고 지낸다는 거 에요.”

“저런, 그런 일이 있었구먼. 남매가 같이 상경을 했는데, 서울 역 앞에서 헤어지고 말았다는 얘기구먼. 쯧쯧! 불쌍도 해라. 그러면 그 여자애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다는 거여? 혹시라도 나쁜 놈들에게 끌려가 죽었을지도 모르잖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오빠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요. 무조건 살아 있을 거로 여겨요.”

“에그, 불쌍도 해라. 동신이도 그런 애틋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구먼. 그런데 그 오빠라는 사람은 지금 뭐 하고 있는 디?”

“깡패두목이라나 봐요.”

“깡패두목? 어머 어쩜? 하필이면 하고 많은 직업 중에 깡패두목이 다 뭐여?”

“저도 그래서 처음엔 많이 놀랐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 해 보면,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남매가 둘 다 어릴 때부터 산동네 판잣집에서 가난하게 살았거든요. 시련을 많이 겪었어요. 사실은 이모, 우리 아빠가 그 남매 아빠한테......”

“응?”

“우리 아빠가 바로 그 애 아빠한테 그렇게......”

“뭐여? 혀 형부를 죽인 웬수가 바로 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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