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5. 08:56ㆍ창작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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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아이가 고삐리 오빠를 아주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저런 눈빛 어서 많이 본 기억이 난다. 그래, 바로 공주미가 처음으로 고삐리를 유혹하던 때의 그 눈빛. 헉! 그렇다면 지금 이 아이도 그런? 너 증말이여 희원아? 안 되는 겨! 안 되는 겨!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겨 이것아. 희원아, 이 오빠는 말이여. 여자를 미치게 밝히긴 해도, 결코, 너 같은 어린 애 까지 넘보고 싶진 않단 말이여. 단지, 우리는 순수한 거 머시냐. 그려, 아는 동네 오빠 동생 사이로서만 만족하면 되는 것이여. 스 승주, 이 이걸 어떡하면 좋겄소? 딱! 파!
“오빠아!”
허헉! 목소리는 또 왜 이려? 어린 애 목소리가 워찌 이리 기름기가 좔좔 흐른댜?
“응?”
“나 오빠한테 고백할 게 하나 있어요.”
허흐흑! 스 승주! 이 아이가 대체 왜 이러는 걸깝쇼? 나 몰러! 나는 모른다니께! 딱! 파! 화상, 정신 차리고! 짜샤! 나 어떡하면 좋으냐? 뭘 어떡 혀? 혜은이한테 고대로 일러바치면 되지. 허걱! 짜샤아! 너 죽을 래? 내가 왜 죽냐? 너나 혜은이한테 죽지 말어. 짜샤아! 너 자꾸 김승주라고 안 하고 혜은이라고 할 텨? 후다닥! 짜샤아! 거기 안 스냐아!
“어? 고......백? 그 그게 뭔데?”
희원아 제발! 이거 증말 미치갔구만!
“저기......”
“뭔데 그래. 말하기 곤란한 거면 굳이 말 안 해도 되는데?”
제발, 그렇게 해라. 너 같이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가 이렇게 추하고, 난잡하고, 비도덕적인-물론, 인간세상의 도덕률에 근거한 것일 뿐이기는 하지만-호색한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야. 별님 그렇죠?
‘.......’
지송합니다. 늘 바쁘신 분께. 딱! 파!
“아니에요. 말씀드리겠어요. 나 사실은...... 오빠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정말로, 정말로 아주 많이요.”
에그, 결국 일 터졌구먼! 일 터졌어! 이걸 대체 어떡한댜?
“하하하! 난 또 뭐라고. 그래, 나도 알아 희원아. 네가 이 오빠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거. 그런 거야 굳이 말을 안 해도 다 알고 있는 데 새삼스럽게 뭘 그렇게 어려워하고 그러니? 네가 알고 있다시피 이 오빠도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고 말이지.”
“그게 아니고 오빠, 나는 지금 오빠를 한 남자로써 이성으로써 사랑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거 에요. 단순히 친구의 우정 같은 그런 거 말고요.”
에그, 이건 증말로 애가 아니여. 무슨 애가 이리도 진중하댜?
“어허! 어린 애가 그게 무슨 소리야? 희원이 너, 그런 장난 하면 못 써!”
화상아! 화상아!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으로 니 말이 진심인지 고백을 해 봐라. 그려, 진짜여.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진짜여. 나 정말로 지금만큼은 이 애 하고 오빠 동생 사이로서 순수하게 우정만 간직하고 싶단 말이여. 순수하게? 그리고 지금만큼은? 그려. 순수하게 지금만큼은 꼭 그러고 싶다는 말이여. 그럼 나중에는 말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네? 그려,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여. 콩나물을 키워서 잡아먹듯이 말이여.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서 잡아먹듯이 말이여. 에라이 내 그럴 줄 알았다. 딱딱! 파파! 내 혜은이한테 안 이르나 봐라. 후다닥! 짜샤아!
“오빠아!”
“희원아, 내 말 잘 들어. 네가 알고 있다시피 나에겐 네 사촌 언니도 있고, 또 애까지 낳은 여자도 있어. 그래서 네가 그렇게 심하게 심적 갈등을 빚기도 했던 것이고 말이야. 이런 사람을 이성의 대상으로써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야. 더군다나 너는 아직 어린애야. 중학교도 안 들어간, 솜털도 가시지 않은 그런 어린애란 말이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잘 알겠지? 그러니 앞으로는 절대 그런 말 하지 말아 줘. 그래줄 수 있지?”
그리고 또한, 다른 여자들도 아주 많단다. 미안하다. 하지만, 차마 그 여자들 얘기는 꺼낼 수가 없구나. 딱! 파!
“내가 어린 애라는 사실은 나도 인정해요. 하지만, 그런 것 따위가 오빠를 사랑하는 것 하고 상관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해요. 어린 애라고 해서 사랑을 하지 말란 법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희정이 언니는 물론, 주미 언니, 그리고 아기까지 나 스스로 모두 인정을 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된다는 거 에요?”
“그래도 안 돼!”
그래 안 되는 겨 희원아. 안 된다니 께.
“싫어요. 나는 오빠를 사랑할래요. 오빠도 마음을 속이려고 하지 말아요. 다 알고 있어요. 오빠도 이미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
“그래 다 좋다. 다 좋은 데, 조금만 늦추자. 네가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 또한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치자. 그래도 말이야. 조금만 늦추자. 네가 좀 더 성장 할 때까지. 조금만 더 클 때까지 말이야. 그것도 안 되겠니?”
에고 화상아,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혀. 사실은 너도 지금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떽! 이놈. 왜 자꾸 착하게(?) 살려는 사람 나쁘게 만들려고 그러는 겨? 너 자꾸 그러면 대화지문 사이에 네 말 못 들어가게 해 버린다. 얼씨구. 그러면 누구 손해인데? 가뜩이나 허접한 소설, 더 허접해지고 말 건 데? 할 말 없군.
“알았어요 오빠. 그렇게 할 게요.”
헉! 정말 희원아? 짜샤, 희원이가 지금 알았다잖어. 지 스스로 저렇게 키움을 당해서 잡아 먹힌다잖어? 화상 너는 크게 죄 받을 겨. 너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도 안 들어본 겨? 들어봤지. 허지만, 그거 다 거짓뿌렁이여. 인간들이 다 꾸며낸 거란 말이여. 스스로 맴이 불안한 께 어디다 의지가지 해 보고자 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거란 말이여. 그려, 그 말이 맞긴 한 디 에고야, 저 못된 화상을 대체 어찌한디야. 혜은이한테 일러야겄어. 아 안돼 짜샤! 그리고 너 자꾸 혜은이라고 하는 디, 김승주라고 못 혀? 못혀! 후다닥! 짜샤! 거기 안 스냐아!
‘수창 군, 인간의 도덕률 잣대가 아닌, 자연의 법칙 잣대로 생각 해 봐요. 물론, 나 역시도 무엇이 근본적으로 옳고 무엇이 그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안녕!’
‘아무리 그래도 별님, 이 경우는 좀. 안 그런가요?’
‘......’
에그, 또 그냥 가 버린 겨?
“그래, 우리 희원이 정말 착하구나. 오빠 말도 이렇게 잘 듣고. 자, 이제 가 보자. 그 문제는 그렇게 결정되었으니까.”
“네, 오빠.”
의젓한 아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 느낌이 든다.
“그 대신 말이야. 오빠가 네 이마에 뽀뽀를 해 주고 싶구나. 우리 약속 기념으로. 그렇게 해도 되지?”
끄덕끄덕!
쪽!
“어떠니? 좋아?”
“네 오빠. 저기 그럼 오빠, 나도 오빠 이마에다 똑같이 해 줘도 되요?”
의젓한 아이의 표정이 다시 살짝 밝아진 느낌이다.
“너도? 어, 그래, 한번 해 줘봐.”
쪽!
미안 하오 승주, 하지만 내가 아무리 이렇게 수십 길 지하로 마구 추락을 해도, 당신을 향한 사랑만큼은 절대로 변함이 없다는 점을 맹세하오. 딱! 파!
“오빠, 나 지금은 이렇게 오빠 이마에다만 뽀뽀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른 곳에다가도 꼭 해 주고 싶어요.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니 이 애가 점점? 에그, 모르겠다.
“그래, 빨리 오게 될 거야. 세월은 정말 빨리 흘러가는 법이니까. 정말 기대가 되는데?”
“후훗 정말이요?”
“그럼, 정말이고말고. 자, 업혀!”
“네?”
“등에 업히라니까. 희원이 네가 오빠 말 잘 들어 주어서 그렇게 해 주고 싶은 거야. 왜 싫어?”
“네, 알았어요. 그럼, 나 업고서 우리 집까지 데려다 주는 거 에요?”
“니가 원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아니에요 오빠. 나는 그냥 차타는 데까지만 업어줘도 돼요.”
“어쨌든, 어서 업히기나 하라니까.”
“고맙습니다 오빠. 나한테 이렇게 잘 해 줘서 말이에요.”
에고 기특한 것. 어쩌면 이리도 하는 말마다 의젓하고 대견하기만 한지. 이러니 내가 너를 사랑하지-아는 여동생으로서- 않을래야 않을 수 없지. 딱! 파!
의젓한 아이를 업은 채로 정말로 아이의 집까지 걸어서 갔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반은 걸어서 가고, 반은 날아서 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걸어서 가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진짜로 날아서 갔으니 말이다.
기왕에 다시 왔으니, 제 엄마를 다시 보고 가라는 희원이의 간청도 뒤로하고, 다시 길로 나와서는 택시를 잡아타고서 언덕위의 하얀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택시가 막 임신소녀의 집이 있는 언덕길 초입으로 들어섰을 때, 무심히 차창 밖을 돌아보고 있던 고삐리 녀석은 허리가 몹시 굽은 노파 한 분을 어린 남매가 양 쪽에서 부축한 채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고삐리 녀석은 부리나케 택시에서 내려서는 천천히 그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겨? 임신 소녀가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거 몰러? 알어. 잠시만 기다려 봐. 갑자기 내 맴이 동해서 이러는 것인 께 말이여. 사실, 이곳은 도시 변두리의 언덕자락 밑 동네인 만큼, 그다지 유복한 환경을 가진 동네라고는 할 수 없는 곳이다. 한마디로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의지가지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빈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보아하니, 저 어린 남매와 노파 역시도 그런 이들 중의 하나가 분명할 터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초라한 보금자리에 비하면, 언덕 위에 서 있는 저 하얀 집은 그야말로 초호화 궁전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니라. 으리으리하게 생겨 먹은 언덕위의 저 하얀 집을 바라보면서 마을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큰 시름에 잠기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 집의 주인을 원망 하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으리라. 빌어먹을! 언놈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판인데, 언놈은 부모 하나 잘 만나서 저런 대궐 같은 집까지 지어놓고 떵떵거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나 같아도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부모를 잘 만나 임신 소녀에게 저런 멋진 집을 선사 해 준 것은 아니다. 그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떡 장사를 하시는 편모의 슬하에서 빈곤하게 살아오던 가련한 청춘이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쌈박질 재주 하나를 밑천 삼아서 아주 일찌감치 자수성가(?)를 이룬 것뿐이다. 임신 소녀 역시도 빈곤한 가정에서 살아오기는 매 일반이었던 것이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나와 임신 소녀는 여전히 저 분들에게 큰 소리 칠 입장이 못 된다. 그 사실을 나는 명백히 인지하고 있다.
노파와 아이들이 매우 낡은 판자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희원이 또래 정도인 듯도 싶다. 그거 참! 아는 척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 기왕에 이렇게 따라왔으니, 평소 신조대로 해 보는 거지 뭐. 평소 신조? 그렇다. 그동안 임신 소녀 집을 오락가락 하면서 많이 다짐했었던 그 신조 말이다.
똑똑!
반응 무(無).
똑똑!
“누구세요?”
이번엔 반응 유(有).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의외로 명랑하다. 예상외다. 아니지. 어쩌면 저게 정상적인 반응일지도 모르지. 못사는 동네, 못사는 집 아이들이라고 해서 꼭 맥 빠지고, 기운 없는 목소리만 내라는 법은 없으니.
“얘, 잠깐 문 좀 열어 줄래?”
“누구신데요?”
문은 안 열리고 계속 들려오는 여자아이 목소리. 삽시간에 명랑 끼가 가시고, 경계심 가득해진 목소리다.
“저기 말이다. 나는 저 언덕위의 하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야. 너도 알고 있지? 저 언덕위의 하얀 집.”
“......”
왜 말을 안 할까?
“할머니, 잠깐 뵐 일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싫어요. 그냥 돌아가세요. 우리 할머니가 싫대요. 그리고 제 동생도요.”
자존심이 상했다는 뜻일까?
“얘, 그러지 말고 문 좀 열어 봐. 사람 말도 안 들어 보고 무턱대고 그렇게 싫다는 법이 어디 있어? 손님이 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다는데.”
“싫다니까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건 생각보다도 더 심각하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포기 안할 껴. 어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고. 그나저나 콩알만 한 게 사람말도 안 들어보고 무작정 문전 박대부터 혀? 떽! 요것아! 부자도 부자 나름이여.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골빈 부자가 아니란 말이여. 화상아! 화상아! 그럼 니가 부자가 된 것이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해서 그렇게 된 거란 말이여? 당연하지. 나도 열심히 땀 흘려서 부자가 된 거란 말이여. 허! 이게 이제는 대 놓고 거짓뿌렁이네? 화상아, 니가 언제 열심히 일 했는데? 넌, 순전히 쌈박질로 깡패대장이 돼서 돈 많이 챙기고 있는 거 아녀? 그려, 내 말이 그 말이여. 쌈박 질로 땀 흘려가며 열심히 돈 벌었다는 야그여. 그건 땀 흘려가며 번 게 아니고, 물 흘려가며 번거냐? 띠요옹! 졌다. 나 간다 화상. 잘 가아!
“그렇다면, 싫은 이유를 대 봐. 갈 때 가더라도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
“저기, 아저씬, 나......쁜 사람이니까요.”
허걱! 어떻게 알았지? 내가 깡패두목이란 사실이 벌써 이 동네에 좌악 퍼진 겨? 그것 참 희한하네. 절대로 그럴 리가 없는 디?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그걸 니가 어떻게 알고 있는데?”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물었다.
“아저씬 부자니까요.”
띠요옹! 그거였냐? 부자라서 나쁜 사람이라고? 휴! 그나마 다행이군.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딱일세 그려.
“아니야 얘, 니가 뭘 오해를 한 모양인데, 부자라고 해서 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지금부터 내가 그 이유를 잘 설명 해 줄 테니 문부터 한번 열어 봐.”
“콜록! 콜록! 게 뉘유? 누군 디, 자꾸 우리 집 애들을 귀찮게 하는 거유?”
감사 합니다 할머니. 드디어 반응을 보여주셨군요.
“예, 할머니. 저는 저기 저 언덕위의 하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집 아시죠? 잠깐만 말씀드릴 게 있어서 그러는데, 문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침묵 또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삐그덕! 끼이익!
기어코 문 열리는 소리. 하지만 굴 속 같은 그 방안으로부터 여자 아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온다.
“안 돼 할머니! 나쁜 사람한테 절대로 문 열어주면 안 된단 말이야!”
장단 맞추듯 사내 아이 까지도 덤으로,
“그래 할머니, 도둑놈이야! 문 열면 안 돼!”
헉! 나쁜 사람에 도둑놈까지? 얘들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둑놈은 좀 심했다. 하기야, 도둑놈이 맞긴 하지. 여자 도둑놈. 딱! 파!
“쿨럭! 쿨럭! 정희야. 아무리 그래도 내 집에 찾아온 손님한티 그러면 못 쓰는 벱이여.”
감사 합니다 할머니. 할머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무리 여자 도둑놈이라고 해도 손님은 손님이니까요. 딱! 파!
“그래 정희야, 이 오빠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란다.”
“할머니, 저 사람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이이? 글쎄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겄는디? 이봐요 젊은이. 젊은이가 우리 정희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유? 정희를 알고 찾아온 거유?”
아닙니다요. 할머니, 제가 어떻게 손녀 이름을 미리 알았겠습니까. 저, 박정희라는 이름은 알아도 저 아이 이름이 정희라는 사실은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요.
“아 네, 할머니께서 방금 정희라고 이름을 부르셔서 알았지요.”
“......”
“......”
“이이 그렇구먼. 쿨럭! 쿨럭!”
그래서였을까. 여자 아이의 기세(?)가 약간은 수그러든 기미가 보인다.
“할머니, 쟤 이름은 뭐 에요?”
“이? 누구우? 우리 진수 말이우? 근디, 그런 건 왜 자꾸 묻고 그런 댜? 아무리 손님이라도 해두 그 그런 거 자꾸 묻는 건 결례인 거유. 쿨럭! 쿨럭!”
네, 알겠습니다 할머니. 어찌됐든 손주 이름도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거 묻는 것이 결례라고 하는 것은 좀 수긍하기 어렵긴 하지만, 일단은 어르신 말씀이니 잘 새겨듣도록 하지요. 그나저나 기침이 심하신 걸 보니, 몸이 많이 불편하신 것 같고.
“죄송합니다 할머니, 앞으로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밭은기침이 심으신 것 같은데, 혹시 무슨 병이라도 앓고 계신 건가요?”
“내 병 말이우? 그란 디 그런 건 왜 묻고 그러우? 내 식구도 아니고 냄이 말이여? 쿨럭! 쿨럭!”
“예, 다른 뜻이 아니고 제가 할머니 병환을 좀 고쳐 드릴 수 있을까 해서 그러는 겁니다. 한 동네에 살면서 너무 각박하게만 살 것이 아니라, 더러는 그런 인정도 좀 베풀어 가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제게 대해서 오해를 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다른 의도는 절대 없고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이러는 겁니다. 사실, 제게도 떡 장사를 하시던 홀 어머님이 계십니다. 요즘 들어 제가 돈을 좀 많이 벌게 되는 바람에 지금은 그 일을 그만두시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어떻게 제가 좀 그렇게 해 드려도 될 까요?”
“저 젊은이가 내 병을 고쳐준다구? 그라고 젊은이 엄니가 떠 떡장수를 하고 있다구?”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놀라신 표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두 아이 역시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쑥 내밀어 보인다. 여자 도둑놈을 향해서 던져오던 막연한 적대감 따위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정희의 얼굴 표정이 아주 재미있게 변해있다. 왜 그거 있지 않은가. 흐흐흐! 여자들이 처음 여자 도둑놈의 이 잘 빠진 면상대기를 보았을 때, 지어오는 예의 그 표정 말이다. 승주, 주미, 주희, 옥자, 진숙, 희정, 희원, 소희, 혜린, 여리, 진희, 미혜, 예나, 그리고 기타 길거리의 뭇 여자들의 얼굴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그 요상스런 표정들 말이지. 딱! 파!
“네 할머니. 그렇게 해 드리려고 직접 이렇게 찾아 뵌 겁니다. 어떠니 정희야, 그리고 진수야? 내가 너희들 할머니 그렇게 해드려도 되겠니?”
“......”
“......”
진수는 그냥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만 있는 반면에 정희는 이제 발갛게 달아오르기까지 한 얼굴로 뚫어질 듯 계속 여자 도둑놈의 얼굴만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너무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 정희야. 네가 안 그래도 이 여자 도둑놈 상판대기 하나는 그냥저냥 봐줄만 하다는 거 잘 아니께. 딱! 파!
“아이고 학상! 학상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는 겨 시방? 그라고 학상 집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혀도 정작 학상 부모님 맴이 더 중요한 벱인 디. 아무튼, 학상 맴은 잘 알았으니 께 이젠, 그만 돌아 가. 맴 만으로도 참으로 고맙구먼. 쿨럭! 쿨럭!”
“아닙니다. 할머니. 제가 저 집 주인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제가 드리는 생활비로 풍족하게 따로 살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제가 직접 할머니 병환을 치료 해 드린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제가 비록, 어린 학생이긴 하지만, 부끄럽게도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많이 돈을 벌고 있거든요.”
“이? 학상이 돈을 번다고? 그라고 어른들보다도 더 많이 돈을 번다고? 그게 대체 뭔 말이여? 나는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는 디. 학상이 공부는 언제 하고 그 그럴 수가 있는 겨?”
“예, 아무튼, 그런 게 있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돈 버는 재주를 타고 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 공부를 등한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교 일등은 못하더라도 꾸준히 상위권 수준은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이거 뭐 너무 제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것 같네요.”
“아니여! 아니여! 어린 학상이 참으로 장하기도 하구먼! 그것도 모르고 무작정 학상 집을 올려다보며 원망만 하고 있었구먼. 미안 혀 학상! 어쨌든 학상 고마운 맴은 잘 알았으니께 이젠 어여 돌아가. 학상이 애써 번 돈은 학용품도 사 쓰고 하는데 보태 써야제. 그라고 학상 엄니도 학상한테 돈을 받아쓰신다고 하는 디. 이 늙은 것 병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는구먼. 그냥 쬐그만 돈 가지고 고칠 수 있는 그런 병이 아니여. 쿨럭! 쿨럭!”
음, 어째야 하는 것일까. 자꾸 저렇게 말씀을 하시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모셔드려야 할 상황인 것 같은데. 그래 할 수 없지.
“할머니, 힘드신데 말씀 그만 하세요. 그리고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회사를 하나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는 돈이 월 수억씩은 됩니다. 그냥 푼돈을 버는 수준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돈 걱정은 마시고, 지금부터 제가 하자는 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일단 진찰부터 받으시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돈 걱정은 절대 하지 마시고요. 제가 다 알아서 해 드릴 테니까요.”
“그거 진짜에요 형?”
“수 수어 억? 그 그것이? 쿨! 쿨럭! 쿨럭! 쿨럭쿨럭!”
“어머 할머니 피!”
정말로 할머니는 각혈을 하고 있었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두 아이에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일러놓고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허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마을 입구 구멍가게 옆에 있는 공중전화통을 목표로 해서. 멀찍이 뒤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이 작게 멀어지고 있었다.
내일 다시, 병원으로 가 볼 생각을 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언덕길을 걸어올라 가고 있는 중이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구급차가 급히 도착 해 주어서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는 일을 빠르게 끝마칠 수 있었으니 말이지. 그나저나 할머니와 정희, 그리고 진수에게 그 일을 어떻게 설명 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도 나를 계속 외계인 보듯 하고 있던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하기야, 두 눈으로 직접 목격 하고도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장면이었으니 말이지. 여기서 잠깐, 독자들은 혹시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계실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꽤나 여러 사람이 당신이 허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는데, 왜 아직껏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가 하는 그 점 말이다. 사실, 나도 그 이유가 상당히 궁금했었는데, 아마도 그 가장 큰 원인은 일반 대중들이 외계인 미확인비행물체 발견 소식을 대하는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늘 해 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아무리 대중매체에서 외계인 비행물체 목격 소식을 전해 주어도, 그를 직접 목격하지 않은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일순간의 가벼운 가십거리 정도로만 취급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외계인 비행물체 발견소식 조차 그러할 진데, 하물며 사람이 허공중 높이까지 튀어 올랐다는 소식이야 더 같잖은 소리 정도로 여겨질 게 뻔하지 않겠는가. 나 같아도 별님을 만나기 전의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 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보려는 대중매체들의 하품 나는 수작내지는 사기꾼들의 간교한 술책 정도로 치부 해 버리고 말았을 테니 말이다. 그랬기 때문에, 야간 비행, 주희의 공원, 그리고 야외음악당 등지에서 그런 일이 버젓이 벌어졌어도 아직까지 큰 소문이 나지 않고 이렇게 잠잠한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은 내 짐작이고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십중팔구는 그것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 정희와 진수 역시도 지금쯤은 당연히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테지. 그렇다면, 그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도 뻔히 나와 있지 않은가.
‘정희야 진수야, 사실은 말이야. 내가 마술도 익히고, 계룡산에서 무술도 좀 닦은 몸이거든.’ 딱! 파!
벤 녀석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꼬리를 흔들어대며 이쪽으로 폴짝폴짝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녀석도 이제는 제법 덩치가 많이 커졌다. 그 뒤로 임신 소녀와 진희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두 여자 다 얼굴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럴 때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나 하고 살을 섞고 있는 두 여자가 저렇게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 그런데도 한 여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또 한 여자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현실. 희정이가 만일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으으으!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 해 보면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닌 듯싶다. 여리의 경우만 봐도 말이지. 큰 일 날 것 같았지만, 아주 손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는가. 흐흐! 그래, 확실하게 꾹꾹 놀러 주기만 해도 의외로 손쉽게 일이 해결이 되는 것이다. 주미도 그렇고, 진숙이도 그렇고, 소희도 그렇고, 혜린이도 그렇고 모두가 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딱! 파!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
임신 소녀의 골난 목소리를 일부러 못 들은 척, 벤 녀석의 호박통부터 먼저 꽉꽉 주물러 본다.
“오빠!”
“응? 아, 저기 희정아, 저기 밑 동네 있잖니? 거기 사시는 어떤 할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 그 집 아이들과 함께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오느라고 이렇게 늦은 거야. 오빠 오늘, 좋은 일 한 거 맞지? 너 말이야. 그런 좋은 일 한 사람한테 그렇게 투정 섞인 소리부터 내면 안 되는 거야.”
그러면서 이젠 아예 홀라당 뒤집어져 버린 벤 녀석의 뱃가죽을 살살 긁어본다. 꽤나 기분이 좋은지 사르르 눈까지 내려 감는 녀석.
“할머니?”
“그래 이것아. 너도 알잖아. 저 아랫동네에서 힘들게 사시는 분들. 정 기사도 잘 알지요?”
“네 알고 있습니다. 단장님.”
그래 진희야. 너의 그런 태도 아주 마음에 든다.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런데 오빠가 왜 그 사람들을 도와?”
철딱서니 하고는. 왜 돕긴 왜 돕겠어. 오빠가 착한 사람이니까 그렇지. 딱! 파!
“왜 돕긴 이것아. 오빠는 돈이 많고, 저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그런 거지. 희정이 너, 이럴 때 보면 참 몰인정하다?”
“내......가 뭘?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 건데.”
흐흐흐 됐다. 기세등등하던 모습이 완전히 사그라들었어. 아주 좋아.
“정 기사는 어떻게 생각해요?”
“네, 당연히 좋은 일 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장님.”
“어머 언니, 갑자기 왜 이래요? 너무 딱딱해진 거 같애. 그냥 편하게 얘기해도 되는데.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이것아, 집에 무슨 일 있기는. 진희가 지금 이 서방님 때문에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덜 풀려서 그런 거지. 너 때문에 꾹 눌러 참고 있는 줄이나 알어 이것아.
“아니야 무슨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나저나 울 오빠 참 별일이네. 오빠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원래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갑자기 그런 생각을 다 한 거야? 나한테는 한 번도 그런 얘기 안 했었는데?”
“이것아, 말은 안 해도 늘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 오늘 실제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지.”
“호오 정말?”
에그 단순한 것.
“그래 이것아. 그나저나 우리 공주님, 이 서방님, 기다리다가 얼마나 목 빠졌을까아. 으이샤아!”
“어머나! 까아악!”
온 몸이 돌처럼 굳어지며 두 볼마저 창백하게 변하고 있는 진희를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둔 채로 임신 소녀를 번쩍 안아든 여자 도둑놈은 내쳐 현관문 안으로 처벅처벅 발길을 옮겨가고 있었다. 벤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없이 마당 안을 휩쓸고 있었고.
그날 밤, 임신 소녀는 여자 도둑놈의 무자비한 육탄공격에 거시기가 다 타들어가는 기분을 맛보았으리라. 정신까지 잃고 홀라당 까무러쳐 버릴 정도였으니 말이지. 그렇다면, 여자 도둑놈은 왜 평소보다도 더 그렇게 심하게 육탄세례를 퍼부어준 것일까? 그것은 바로, 정진희,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 빠른 시간 내에 임신 소녀를 보내 버려야, 진희 역시도 순서에 따라서 육탄세례를 퍼 부어 줄 수 있으니 말이지. 딱! 파! 화상은 짐승! 짜샤, 짐승이어도 좋아. 나 좋다니께! 얼씨구! 이제 막가기로 했냐? 그래 짜샤! 나 막가기로 했다. 지금 당장 승주를 취할 수 없다면, 그 대타들이라도 마음껏 유린 해 봐야 할 거 아녀. 꼬르륵! 졌다. 내 혜은이 한테 안 이르나 봐라. 짜샤야! 후다닥!
까무러친 임신 소녀의 혈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이렇게 해 두면 다시 깨어나더라도 눈만 멀뚱거리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안 혀 이것아. 잠깐 그러고 있어. 오빠 또 볼 일 좀 보고 올 것인께. 딱! 파!
여기선 잠깐, 막간을 이용하여 임신 소녀의 집 내부 구조를 설명 해 드릴까 한다. 워낙 큰 집이다 보니, 방이 여러 개이다. 여자 도둑놈과 임신 소녀가 함께 기거하는 침대 방. 그리고 여자 도둑놈 혼자 뭔 일 좀 할 때 쓰는 방, 손미혜 가정부의 방, 임예나 가정교사의 방, 정진희 기사의 방,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방은 현재 비워져 있는 상태. 게다가 거실은 운동장처럼 넓고, 욕실 겸 화장실은 거실에 하나, 각 방마다 하나씩 도합 일곱 개나 되니. 말 그대로 준 저택 수준이면서 다른 그 어떤 저택의 내부구조와도 큰 차별성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이 집을 처음 지을 때, 여자 도둑놈이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넣었었다. 뭔 화장실을 그렇게 많이 넣느냐고 인부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진희는 역시, 그 때까지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잠이 들 수 있었을 것인가. 아닌 게 아니라 여자 도둑놈이 슬며시 방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선 바로 그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선 그녀가 미친 듯이 여자 도둑놈 쪽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진득한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 진희 역시 시나브로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있는 눈치다. 그래, 이제 마지막 일격을 가해 주어야 할 터.
“이야압!”
“하으읍!”
땀으로 얼룩진 허연 나신을 홀까닥 까뒤집은 채로 그대로 혼절 해 버리고 마는 진희.
조심스럽게 진희의 방문을 열고 거실 쪽으로 나섰다. 그리고 손미혜와 임예나의 방문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두 여자의 곤하게 잠든 숨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달팽이관 속을 자극 해 든다. 그렇게 두 여자의 동정을 엿보고는 다시 살금살금 임신소녀의 방 쪽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재빨리 스며들려는데,
헉!
“희 희정아!”
[후원계좌]
농협 453014-56-274483
예금주 남애균
작품 구상과 집필 작업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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