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이야기

2024. 12. 4. 16:03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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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일

 

3년 전의 일이다. 직업상 그 때 필자는 거의 매일같이 고속국도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 날 역시도 평소와 다름없이 고속 국도를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중앙 고속 국도의 내리막 구간을 신나게 달려 내려가던 자동차의 기관 쪽에서 갑자기 ‘따다닥’ 하는 소리가 들려온 듯 하고는 급기야 시동마저 그대로 멈추어 버리고는 더 이상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바로, 차의 기관 쪽 피스톤이 실린더 내벽에 들어붙어서 기관 전체가 아예 못쓰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 바람에 필자는 가까운 고속국도 휴게소에 전화를 걸어서 그 곳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견인차를 호출 해 놓고서는 엄동설한 그 추운 날씨에 오돌오돌 몸을 떨어가며, 다른 후속 진행 차량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 열심히 유도 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쯤 되었을까. 마침, 도로공사 소속의 노란색 자동차 하나가 현장을 지나다가 필자의 고장 난 차량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자신들의 차를 갓길에 주차 시켜 놓고서는, 그 때부터 견인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얼마동안을 필자를 대신해서 유도 행위를 해 주는 것이었는데 사실, 당시로서야 필자는 그들의 그러한 행위가 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당연히 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필자의 친구를 통해서 알고 보니, 같은 도로공사 소속 노란색 차량이라도 대 고객 서비스의 방법이 다르기 마련인 법인데, 필자가 만난 그 도로공사 소속 노란 차량의 직원들의 경우에 있어서 그 날 필자에 대한 봉사 수준은 통상적인 자신들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매우 훌륭한 대 고객 서비스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통의 도로공사 소속 차량들은 설사 고장 난 차량을 발견하더라도 간단한 주의사항만을 잠시 들려주고서 그냥 그 자리를 뜨게 마련인데 그날 그 분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필자를 대신해서 훌륭한 행동을 해 준 셈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그 날 필자는 그 도로공사 직원 분들의 고마운 도움으로 별 어려움 없이 견인차를 기다려서 무사하게 정비공장까지 갈 수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라도 이렇게 그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물론, 도로공사 소속 직원으로서 그런 정도의 대 고객 서비스 정신은 당연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 해 보아도 그 날은 차가운 겨울바람과 간간이 눈발까지 날리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를 대신해서 그렇게 기꺼이 애써 주신 점은 매우, 고마운 행동이었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도로 공사에 그런 훌륭한 분들이 계시는 한, 도로 공사로서는 매우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 확신 해 마지않는 바이다.

  

나빴던 일

 

필자는 한때 우유 수송차 차주 노릇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 우유 수송차의 업무방식은 각 우유 제조회사마다 약간씩 다르다. 매일 새벽부터 오후 두세 시 경까지 업무를 보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나 같은 경우에는 지방 우유회사의 유제품들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경우이므로 보통 격일제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대신 일을 하는 당일 날은 그야말로 스무 시간 가까이를 차와 함께 보내야 함으로 인해서 온 몸이 녹초가 되다시피 한다. 거의 칠팔백 킬로미터를 운행하고 다녀야 하니 바로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우유 수송차 기사들의 피로감에 따른 고속도로 운행상의 위험은 다른 일반 운전자들보다 훨씬 더 심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그 사고도 발생했던 것이고 말이다.

어느 날인가 우유 차를 그만두게 된 사람 대신으로 다른 사람이 그 차를 사서 지입 해 들어왔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이제 막 군대의 부사관을 전역하고 나온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화물차 초보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비록, 그 친구와 오래 보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지만, 보름정도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제법 같이 밥도 사 먹고 하면서 많이 친해져 있는 상태였다. 언젠가 그의 여자 친구도 한 번 우유 차에 같이 태우고서 왔었는데 꽤나 얌전하고 참하게 보이던 아가씨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사고가 나던 그날도 혼자서 차를 끌고 온 그 친구와 필자는 농담까지 나누어가며 단골 해장국집에서 뼈다귀 해장국을 맛있게 함께 먹고 난 뒤, 역시 함께 회사로 들어가 유제품을 모두 나누어 싣고 각자의 목적지로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수도권으로 그 친구는 호남권으로 말이다.

그렇게 세 시간 여를 고속도로를 달려서 대전근방에 까지 왔을 때였다. 갑자기 휴대 전화기의 벨이 울려 전화를 받아보니 내가 소속되어 있는 지입 용역회사의 관리부장의 전화였다. 바로 그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하기도 하고 해서 다시 재차 물어보았지만,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함께 저녁을 먹고 웃고 떠들던 그 친구가 졸지에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것이 분명해 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야 두 말 할 것도 없이 교통사고가 원인이었다.

나는 그 날, 부장의 지시에 의해 정신없이 다시 회차를 해서 대진 고속도로상의 함양까지 달려가야 했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그 친구의 부서진 탑 차에 실려 있던 유제품들을 내 차로 옮겨 실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정말, 처참한 광경이었다. 그 친구는 이미, 병원으로 실려 가서 보이지 않았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그의 5톤 냉동 탑 차는 주인을 잃고 형편없이 찌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유제품을 제 차로 옮겨 실으면서 나는 새삼,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 하는 거창하기까지 한 충격에 휩싸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훗날에 다시 알아보니, 그 친구의 사고 원인은 역시 졸음운전이었다. 졸음운전을 하다가 갓길에 세워져 있던 트레일러의 후미 부위를 추돌 해 들어갔던 것이다. 평소 화물차 기사들은 졸음이 오면 잠시 쉬었다가 가는 것이 보통인데 그 친구는 그날 그렇게 하질 않았던 가 보다..

졸음운전, 정말 우리 화물차 기사들에게는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아니,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나 같은 경우에도 어느 순간 고속도로 3차선을 달리고 있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1차선에 가 있던 경우도 있었고 시내버스 운전을 할 당시에는 뻔히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앞에서 넘어진 오토바이를 계속 밀고가면서도 제동기가 아닌 가속기를 밟고 있었던 황당한 경우까지 있었으니까 말이다. 모든 것이 졸음운전 탓이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는 그런 아찔한 상황은 없는 중이다.

다시 한 번, 삼가 재삼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다. 젊은 친구가 벌어먹고 살겠다고 애를 쓰다가 그 어여쁜 여자 친구와 사랑하는 가족들도 두고 그렇게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했으니 고혼이 되어서라도 얼마나 원통할 일이겠는가.

여러분들도 언제나 자동차 운행 시에 졸음이 오면 필히 휴식을 취해주길 바란다. 만일, 그것을 무시하다보면 한 두 번은 나처럼 운이 좋아 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최악의 상황이 닥쳐오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졸음이 오면 무조건 쪽잠을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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