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장편소설]별빛의향연48

2024. 8. 3. 12:52창작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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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이민정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이 구역 유흥가를 주름잡고 있는 폭력조직 금철이파의 두목 김금철이라는 사실을 알고 몹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었지, 실제로 얼굴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젊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외모 역시 저토록 준수할 줄은 미처 예상도 못했다. 마치, 고귀한 집 얌전한 귀공자의 모습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김금철 역시도 이민정을 직접 대면하고 앉아 있으면서 표정이 몹시 경직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부하들로부터 도망간 은채라는 아가씨의 본래 이름이 김금채라는 보고를 들었던 것이다.

“민주씨의 본명이 이민정인가요?”

“네? 아 네...... 사 사장님.”

이민정은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폭력배 두목의 입에서 저토록 예의 바른 말투가 삐어져 나올 줄은 미처 예상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의 바른 말투는커녕 거친 욕설과 함께 주먹이 먼저 튀어 나올 거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의 외모가 비록 귀공자처럼 준수 해 보일지언정, 역시 폭력배 두목은 두목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지하실에서 그의 관할(?)하에 있는 방계 폭력배들에게 매우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민주씨의 본명이 이민정인가 아닌가 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사실은......”

“네...... 사장님. 그럼 어떤......”

이민정은 당연히 도망간 금채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는 짐작을 하면서도 일단은 그렇게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겁이 서린 모기 소리로 말이다.

“김금채...... 아가씨와 같이 자취를 하던 그 아가씨의 본명이 정말로 김금채인가요? 아니, 김금채라고 하던가요? 분명히?”

“네, 사장님. 정말로 그 애가 그랬어요. 공장에서 일할 때도 그 이름을 썼었고, 평소에도 그게 진짜 자기 이름이라고 말해주곤 했었어요. 물론, 여기서 일하면서부터는 은채라는 가명을 쓰기 시작 했지만요.”

“알고 있습니다. 그럼 말입니다. 그 금채라는 아가씨 하고는 어디서 어떻게 처음 만났습니까? 만난 지가 오래됐나요?”
“네, 5년 전에 공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금채 말로는 어릴 때부터 그 공장에서 일했었다고 했어요. 저는 그 당시 학교 졸업 후, 시골에서 놀고 있다가 상경을 해서 처음으로 그 일을 시작 했던 곳이고요.”

“그랬었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아가씨 고향이 어디라고 하던가요? 혹시, 들어본 적 있어요?”

“네, 대전이라고 했어요. 어릴 때 대전을 떠나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요?”

김금철은 속으로 확신이 들었다. 여기서 뭘 더 의심을 하고 자시고 할 게 있단 말인가. 이름도 자신의 여동생인 김금채 그대로고, 고향마저 대전이라면......

“나이는 몇이지요?

“네, 저 하고 동갑이에요. 스물네 살...... 아니, 사 사장님?”

“크흐흐흑! 살아 있었구나! 네가 살아 있었어! 흐흐흑!”

울고 있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깡패가, 그것도 깡패 두목이 갑자기 어린애라도 되어버린 양, 젊은 술집 아가씨 앞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거침없이 굵은 눈물 줄기를 하염없이 흘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민정은 그런 김금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민정씨, 미안합니다. 내가 주책이지요?”

“아 아니에요. 사장님......”

“그래요. 궁금할 겁니다. 도대체 금채하고 어떤 관계가 되기에 깡패 두목이 이렇게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것인지. 그래요. 내가 걔 친 오빠입니다. 십 년 전에 대전에서 서울로 같이 올라왔을 때, 서울 역 광장에서 그 애와 헤어졌습니다. 화장실에 같다 온 사이, 감쪽같이 그 애가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십년을 그 애 소식을 알 수 없었습니다. 신문에 광고도 내어보고 별의 별 짓을 다 해 보았지만, 지금껏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드디어 이렇게 그 애 소식을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여기서 안 울 수가 있겠어요? 이건 기적입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겁니다.”

“어머, 그럼 정말로 사장님이 금채 친오빠시라고요? 정말로요?”

“그래요. 정말입니다.”

“어머, 이를 어째요? 사장님, 정말로 이를 어째요? 그런데 금채가? 금채가? 그렇게?”

이민정 역시도 목이 메어서 말이 제대로 흘러나오지 못했다. 기구한 운명의 남매 사연도 사연이지만, 모처럼 이렇게 여동생의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이럴 때 그 여동생이 다른 곳으로 훨훨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가 막힌 것이다.

“민정씨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 혼자서 어디로 떠나버렸다 이거지요?”

“네, 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금채가 떠나지 못하도록 제가 어떻게든 막았어야 하는데요. 이젠 정말 어떡하죠?”

“민정씨 잘못은 없습니다. 내 부하들이 억지를 부린 겁니다. 나야말로 민정씨한테 미안합니다. 용서바랍니다.”

“사장님......”

“그리고 이제부터는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줘요. 그냥 편하게 오라버니라고 불러도 됩니다. 내가 금채 오빠니까, 민정씨는 당연히 그렇게 불러도 되요.”

“그래도 어떻게......”

“아니, 그렇게 불러줘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민정씨도 더 이상 술집 생활 안 해도 됩니다. 내가 민정씨를 보살펴 줄 테니까 오늘부터 그렇게 해요. 그리고 나 하고 같이 천천히 금채를 찾아봅시다. 나만큼이나 민정씨도 우리 금채가 보고 싶겠지요? 안 그래요?”

“저기 사장님, 정말 제가 일을 안 해도 되나요? 그렇게 해도 정말 저한테 해가 없을까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겁니다. 부하들은 내 말이라면,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여기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당장 일을 그만두면, 어디 거처할 데는 있어요?”

“네, 사장님. 금채하고 같이 자취하던 방에서 아직도.....”

“아, 그렇겠군요. 그럼 지금 당장 그 곳을 나와 내 집으로 와요. 내 집에도 방은 많으니까 민정씨 마음대로 골라서 하나 쓰세요.”

“저기......”

“왜? 싫어요?”

“네...... 저는 그냥 지금 살고 있는 곳이 편할 것 같아서...... 그래도 될 까요 사장님?”

“그렇군요. 내가 실수 했습니다. 내 생각만 하느라 미처 민정씨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내 생각에도 그게 오히려 민정씨 마음이 편할 것 같군요. 그 대신 말입니다. 내가 앞으로 민정씨 생활비를 대 줄 테니까 그건 거절하지 말아요. 민정씨가 우리 금채를 잘 보살펴줘서 그 은혜를 갚고 싶은 겁니다. 절대 거절하면 안 됩니다.”

“네...... 그 그럴게요. 염치는 없지만......”

“아닙니다. 민정씨가 왜 염치가 없어요? 민정씨는 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사랑하는 내 여동생을 보살펴 준 공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절대로 그런 생각 말아요.”
“아니에요 사장님. 보살펴 준게 아니고, 오히려 제가 금채한테 보살핌을 받은 셈이에요. 사장님이 그러시니, 더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게 그거지요. 금채는 민정씨를 돌봐주고, 또 민정씨는 금채를 돌봐주고, 서로를 그렇게 돌봐 준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리고 계속 그렇게 사장님 소리 할 겁니까? 이제부터는 오라버니나 오빠라고 그냥 부르라니까요. 안 그러면 나 화 낼 겁니다?”

“네...... 알겠어요. 앞으로 그렇게 할 게요. 지금은 너무 죄송해서......”

“죄송할 것도 없고, 미안할 것도 없습니다. 자, 내 앞에서 당당히 한번 불러 봐요. 자, 어서?”

“네...... 오 오라버니.”

“그렇게 불러주니 얼마나 좋아요. 이제부터는 말입니다. 민정씨를 내 친여동생처럼 생각 할 겁니다. 금채처럼 대할 거라고요. 비록, 금채를 찾아야 할 일이 남았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민정씨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정말입니다.”

“네..... 오 오라버니. 가 감사해요.”

“화류계 여성답지 않게 순박한 면도 많이 보이고. 아주 좋습니다. 자,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민정씨를 통해서 몽매에도 그리던 내 여동생의 생사여부를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기쁜 날, 축배를 한 잔 들지 않을 수 없겠지요?”

“네...... 오라버니......”

“야, 밖에 애들 들어오라고 해!”

김금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밖에 술집 종업원과 그의 부하들이 함께 대기하고 있었던 듯 총알처럼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우락부락하게 생긴 녀석 하나가 그에게 물었다.

“야, 너희들 이제부터 이 아가씨한테 함부로 대하지 마라. 이 아가씨는 이제부터 내 여동생이 되었다. 그리고 이름을 부를 때도 함부로 민주, 아니 민정이라 하지 말고, 꼬박꼬박 민정씨라고 불러. 나야 이제부터는 민정씨 오빠가 되었으니, 민정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민정이는 말이다. 소중한 내 친여동생의 생사여부를 알게 해 준 은인이다. 한마디로 우리 집안의 은인이라 이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다들 알겠나?”

“네, 형님! 잘 알겠습니다.”
“네, 형님!”

“네, 형님!”

“그리고 지금부터는 민정이 하고 단 둘이서 축하주를 나누고 싶으니, 안주 좋게 해서 술 좀 들여보내라.”

“네, 형님.”

“알았으면, 모두들 나가라.”

“네, 형님.”

그렇게 모두들 다시 밖으로 나가고, 종업원이 총알처럼 술과 안주를 가져 와 탁자 위에 내려놓을 때까지도 이민정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은 채, 그저 김금철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자, 내가 먼저 한 잔 따라 줄 테니까.”

“아 아니에요 사장님. 제가 먼저?”

“어허? 또 사장님? 그냥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그리고 내가 민정이한테 먼저 술을 따라 주는 이유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너무도 고마워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 사양 말고 먼저 받어.”

“네, 오 오라버니.”

“자, 민정이도 내 잔에 술 한 잔 치고.”

“네.”

“자, 건배! 우리 금채의 무사함을 기원하면서. 그리고 민정이의 앞날에도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길 염원하면서.”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그리고 꼭 금채를 찾으시고요.”

“그래, 고맙다. 정말 고맙다. 나 오늘 정말 기쁘다. 그리고 행복하다. 금채가 살아있다는 소식만큼 기쁜 소식이 또 어디에 있겠어. 나 오늘 만큼은 정말 코가 비뚤어지도록 취하고 싶다. 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해서. 민정아, 안 그러냐?”

“네, 오라버니. 저도 그래요.”

“하하 그래. 그런데 말이다 민정아, 금채는 공장 생활 하면서 연애 같은 건 안했니? 서로 좋아 지내는 남자 없었어?”

“네, 저도 그렇고 금채도 그렇고 그런 방면에는 소질이 없는가 봐요.”

“그랬단 말이지. 금채가 연애 한 번도 못해 봤단 말이지? 너도 그렇고? 그래, 그럴 수 있지. 내가 볼 때는 말이다. 너희들이 연애를 못 해 본 이유가 아마도 둘 다 외모가 너무 뛰어나서 그랬던 것 같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꼬이지 않듯이, 사람도 너무 잘생기거나 너무 예쁘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거야. 그래서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 보다 연애를 잘 못하게 되는 것이지. 어때 내 생각이?”

“네 오라버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참, 제가 지금......”

“왜? 니 스스로 니 스스로를 자랑하는 것 같아 쑥스럽다는 거니?”

“네......”

“아니야. 민정이 너는 정말 예쁘다. 우리 금채만큼이나 예뻐. 아참, 십년이 지났으니, 얼굴이 변했을 수도 있겠지. 어떠니? 우리 금채, 지금도 많이 예쁘니?”

“그럼요 오라버니. 저는 정말 금채 발꿈치도 못 따라가요. 이 세상에서 금채만큼 예쁜 여자도 없을 거 에요.”
“그 정도로?”

“네. 정말이에요.”

“하기야. 그러니 그 자식도 그렇게 우리 금채한테 환장을 했던 거지.”

“네?”

“예전에 말이다. 금채를 정말 좋아하던 녀석이 있었지. 내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너 그게 누군지 알어?”
“글쎄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지금은 가수가 된 녀석. 그리고 인기 작가이기도 한 녀석.”

“가수요?”

“그래, 민정이 너도 알라나 모르겠다. 서동신이라고.”

쿵!

서동신이 금채를 좋아했었다고? 그렇게 유명한 가수가? 그토록 인기 좋은 작가가?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이민정은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릿속이 하얗게 될 지경이었다.

“오라버니, 그거 정말이에요? 서동신 그 가수가 정말로 금채를 좋아했어요?”

“거짓말 같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요.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 놀랄 만도 하지. 하지만 사실이다. 서동신은 내 동생을 정말 좋아했었다. 아니, 사랑했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명확한 표현이 되겠지. 그리고 말이다. 지금도 그 녀석은 내 동생을 잊지 못하고 있지.”

“어머! 정말이요? 그 그걸 오라버니가 어떻게 알아요? 서동신 그 가수가 오빠한테 말 해 줄 리가 없잖아요?”

“아니, 잊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게 강력히 부탁을 해 왔었다. 금채를 꼭 찾아 달라고 말이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들이에요. 그 금채가 그런 아이였다니. 내가 알고 지내던 금채가 그런 놀라운 과거를 지니고 있던 아이였다니.”

“그래, 놀랄 만하긴 하지. 어찌됐든, 이제부터 너 하고 나는 서로 합심해서 금채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금채를 찾아야 해. 그게 바로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이고, 네가 할 일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오라버니.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무슨 수로 금채를 찾는 담...... 저는 지금도 금채가 어디로 갔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거든요. 어느 쪽으로 갔는지만 알아도 일이 훨씬 수월 해 질 텐데 말이죠. 참 오라버니, 금채도 서동신 가수를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이제 보니, 그런 사연이 있어서 그랬던 거네요.”

“그래? 금채도 동신이 녀석을 그렇게 좋아했단 말이지?”

김금철의 얼굴 표정이 갑자기 드러나게 굳어지고 있었다.

“오라버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이민정은 굳어진 김금철의 표정이 너무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잘생긴 얼굴이긴 했지만, 무서운 표정으로 변한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폭력배 두목의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아 아냐. 사실은 소시적에 내가 반대를 했었기 때문이다. 둘이 사귀는 것을 반대했었어. 그런 기억이 떠올라왔어.”

“정말이요? 왜요? 왜 반대를 하셨어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이유는 더 이상 묻지 말아 줘.”

“아 네...... 그랬었군요.”

“자, 한 잔 또 들고.”

“네, 오라버니도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좋아하던 서동신 가수인데, 어느 날 부터는 금채가 일부러 서동신 가수를 멀리 하더라고요. 노래도 들으려 하지 않고, 또 텔레비전에 그가 나오기만 하면, 일부러 밖으로 피해나가기도 하면서 말이죠. 저는 그 때 저 애가 갑자기 왜 저러나? 했었죠.”

“음,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금채가 서동신을 일부러 멀리하기 시작했다?”

“네, 오라버니.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사람이 좋아졌다가 싫어졌다가 하는 데는 아무런 이유가 없는 거니까.”

“제 생각에는 그게 아니고요. 금채가 일부러 그랬던 것 같아요. 과거야 어쨌든, 서동신의 지금 처지와 자신의 지금 처지가 너무 비교가 되니까, 일종의 체념 같은 거 아니었을까요?”

“이민정!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네? 오 오라버니? 저 저는 그냥......”

“다시 또 그런 버르장머리 없는 소리 하면, 혼 내 줄 거다.”

“죄송합니다 오라버니. 정말 죄송합니다.”

“됐고, 이제부터는 집에서 잠시 쉬고 있어. 그리고 금채가 갔을만한 데를 잘 생각 해 보고 있어. 내가 바로 연락 줄 테니 어디 나다니지 말고. 알았지?”

“네, 오라버니. 명심할게요.”

“가 봐라. 그동안 거친 놈들한테 시달리느라 고생 많았다. 다시 한 번 내가 사과하마. 자, 이건 내 성의의 표시다. 받아둬라.”

“아니에요 오라버니. 그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받아 둬. 얼마 안 되지만, 생활비에 보태 쓰고. 집에서 쉬고 있어도 생활비는 고정적으로 들어가잖아. 그리고 앞으로도 생활비는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렇게 알고 있어.”

“정말 감사해요 오라버니,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쉬어라.”

“네.”

김금철의 부하들에게 정중한 인사까지 받으며 밖으로 나온 이민정은 곧바로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김금철이 내어 준 흰 봉투를 조심스럽게 개봉 해 보았다. 놀랍게도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 빳빳하게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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