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2. 08:30ㆍ허세창단편소설

[창작콩트]사나운 아이의 정체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살고 있던 동네에는 평소에 다른 아이들을 잘 괴롭히는 정말 심술 사납게 생긴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언제나 그 아이가 무서워서 같이 놀면서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가 예사였지요. 그 아이가 같이 놀자고 하는데도 핑계를 대고 함께 놀아주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할게 분명했으니까요. 그런 사정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는 그 아이에게 과자 사 먹을 돈까지 빼앗긴 경우도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날따라 평소와는 다르게 몹시 화가 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동생과 심하게 다툰 뒤끝이었거든요. 그 상태로 대문 밖으로 나갔던 겁니다. 그런데 마침 그 아이가 저 앞에서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리고서는 다짜고짜 저에게 과자 사 먹을 돈을 내 놓으라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그 아이를 노려보면서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없어 새꺄!”
그 아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저를 노려보더군요.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다리 밑으로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겁이 덜컥 났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더 독한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알았어 새꺄! 이따가 너나 꼭 나와.”
그러자 그 아이는 더 사납게 저를 노려보더니 이렇게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른 곳으로 총총히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너는 죽었어!”
얼마 후 저는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그 다리 밑으로 천천히 나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없었습니다. 아니, 한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아이와 다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아이는 저의 시선을 피하기까지 하면서 다른 곳으로 슬금슬금 가 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사나운 아이의 진정한 정체를 말이죠.
2007.01. 허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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