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9. 16:20ㆍ허세창수필

라면 이야기
나는 회사에서 퇴직을 당한 뒤로 여러 가지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뱃일이라는 게 좀 힘들기는 해도 보수가 많다는 허황된(?)정보를 어디서 주워듣고는 생활정보지를 뒤져 선원모집 광고에 난 모집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았던 것이다. 나는 한 현성이란 친구 녀석에게도 전화를 걸어 함께 떠날 것을 종용했다. 한 현성은 평소 필자가 알고 지내던 연하의 동네 친구였다. 다행히 그 아이도 호감을 보여 왔었다. 한 현성은 평소에도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군대까지 갖다온 필자가 왠지 의지가지가 많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나에게 의지를 많이 해 오던 친구였었다. 출항 예정일은 8월 13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2일 날 저녁 부산으로 내려가서 제반 출항 준비를 한 뒤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들이 타게 될 배가 있는 부두가로 나가보니, 선장하고 갑판장은 벌써 이미 항구에 나와 있는 중이었다. 마침내 부산항을 서서히 빠져나가는 45톤 유자망 어선 유명 호. 멀리 방파제 위에는 공휴일인 탓인지 이른 아침 시각부터 연인들이 다정하게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고 앉았다가 마침 지나가는 우리를 보고 손을 이리저리 흔들어 주었다. 그 후, 우리는 동지나해 어장까지 장장 일주일간을 항해 해 나아갔다. 그리고 이어진 장장 석 달 간의 상어잡이 조업생활. 특히,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인상에 남아있는 기억이 바로 라면의 추억이었다, 처음 부산항을 출항 해 나갈 때 라면을 박스채로 엄청 싣고 나갔었다. 왜 그렇게도 라면이 많이 필요한지 처음에는 잘 몰랐었다. 그러나 조업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 되고 보니, 이 라면이야말로 정말 어로생활에 있어서 가장 요긴한 식료품이었던 것이다. 초저녁에 그물을 던져놓았다가 밤 10시쯤에 기상을 해서는 전 선원이 나서서 열심히 그물을 당겨 올리다 보면 그야말로 온 몸이 녹초가 되기 일쑤다. 그럴 때 바로 우리 선원들의 허기를 잠시 달래주고 힘을 새로 솟게 해 주던 요긴한 음식이 바로 이 라면이었던 것이다. 그물을 당기다 말고 잠시 맛보는 라면 새참의 맛, 도대체 무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그야말로 최고였다고 해야 옳으리라. 내가 생각하기에 선원들 일인당 평균 새참 한 끼 분으로 라면 두 봉지 분량은 소요가 된 것 같았다. 특히, 필자 같은 경우는 거의 세 봉지 분량 정도를 한 끼에 해 치운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그물 당기는 일이 힘에 겨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라면의 본래 맛이 출중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008.09. 허세창
'허세창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필]명절에 얽힌 추억 (1) | 2026.02.24 |
|---|---|
| [수필]막걸리 대신 시원한 캔 맥주가 (1) | 2026.02.19 |
| [수필]졸음 운전 기사의 죽음 (1) | 2026.02.02 |
| [수필]돈 모은 이야기 (1) | 2026.01.23 |
| [수필]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방법 (2) | 202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