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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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장편소설]별빛의향연44
44 오월 중순으로 접어든 어느 일요일의 흐린 오후, 서동희는 동신 오빠가 왜 곧장 집으로 오지 않고, 예전 금철 오빠가 살았던 산동네의 그 집터에서 만나자며 연락을 취해 온 것인지 좀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도 한석철에게 불려 나가서 무자비한 육탄공격에 시달린 끝이라서 그런지, 산길을 오르고 있는 그녀의 발걸음은 더 더욱 더딜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오빠가 이 일을 눈치 챈 것은 아닐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진짜 눈치를 챈 거라면? 오빠 성질에 그냥 있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그 인간 패거리들한테 오빠가 되려 당하고 말 텐데. 아닐 거야. 그 일 때문이 아니라 금채 때문일 거야. 그래, 틀림없어. 오빠는 아직도 금채를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
2024.07.30 -
[창작장편소설]잎새의떨림62
62 “안녕하세요?” 하지만 희정이 어머님은, 아니 장모님은, 깡패두목 사위가 그리 달갑지 않으신가 보다. 쳐다보지도 않으시니 말이다. 하긴, 깡패두목이 뭐 그리 자랑스러울 일인가. 물론, 아직까지는 내가 깡패두목이라는 사실을 아시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장모님. 이제부터는 제가 장모님을 크게 호강시켜 드리려고 하는데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제발! 딱! 파! “희정이 너, 공부는 안 하고 대체 어디로 싸돌아다니는 겨? 한시도 집에 붙어 있을 생각을 안 하니! 속 터져! 속 터져! 내가 너 때문에 지레 복장이 터져 죽고 말거여. 그러고 학생도 그렇지. 공부하는 학생이 밤 낮 그렇게 지지배하고만 쏘다니면 공부는 대체 언제 할 겨? 그래 가지고 대학이나 들어가겄어?” 압니다 장모님. 하지만..
2024.07.30 -
[창작장편소설]별빛의향연43
제 15장 홍련암 43 모처럼 가는 골 댁과의 정사를 질펀히 끝내버린 추판석은 지쳐 늘어진 채로 미동도 않고 있는 그녀의 기미 낀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사십 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속살만큼은 여전히 젊은 여자 못지않은 탄력과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십년을 함께 살을 섞어온 사이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가는 골 댁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조강지처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가는 골 댁과 살림을 합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 자신도 결코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물론, 두 사람의 마음속에 여전히 깊은 뿌리로 남아있는 또 ..
2024.07.29 -
[창작장편소설]잎새의떨림61
61 “자랑스러운(?) 호정단 단원 여러분, 그리고 대전시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모범(?) 학생 여러분, 지금부터 나를 주목 해 주기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허수창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요?” “없어유!” “없슈!” “없구만유!” 와르르! 까르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웃음소리가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다. 선천적인 이유일까? 후천적인 그것일까?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카를 구스타프 융 같은 심리학자들이 혹시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 해 놓은 것이 있을까? 한번 알아 봐야겠어. 그나저나 하마터면 나도 따라 웃을 뻔했다. 만일 그랬다가는? 당연하쥐. 호정단장의 체면이 조금은 깎이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거여. 다행이여. 웃고 싶은 거 억지로 참는 ..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