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장편소설]잎새의떨림70

2024. 8. 7. 10:17창작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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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미의 전 남편인 박성철과 공주미의 현 남편인 허수창의 놀란 시선이 허공중에서 딱 뒤얽힌 채로 좀체 풀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박성철의 시선은 그렇게 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하필이면 이혼한 제 여자의 새로운 남편 눈탱이와 딱 마주쳐 버린 것이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다른 아이들도 많은데 우째 이런 일이? 내키지는 않지만 먼저 눈인사라도 올려볼까 하다가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라 그냥 모른 척 해 버리기로 했다. 더군다나 주미의 하소연(?)에 의하면, 그 동안에도 저 인간에게 수도 없이 쥐어터지며 살았었다고 하니 말이다. 하긴, 주미가 저 인간에게 터져가며 살았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충분히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다. 주미는 그 아래층 집으로 처음 이사를 왔던 때부터, 저 인간에게 시시때때로 매타작을 당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공표라도 하듯, 늘 애처롭게 울부짖고는 했었으니 말이지. 그럴 때 마다 애간장이 다 끊어지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주미의 몸뚱이를 저 인간 몰래 취할 때 마다 그녀의 몸 곳곳에는 늘 파란 멍 자욱이 많이도 멍울 져 있지 않았던가. 그 때 내가 저 인간에게 많이 화가 나면서도 그냥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엄연히 남의 여자를 가로 챈 죄악을 범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거니와, 그녀 몸뚱이에 맺혀있는 그 파란 멍 자국들이 오히려 더 많이 나의 성욕을 자극시켜 주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주미와 그 짓거리를 할 때 마다 나는 정성껏 그 멍 자국들을 보듬어 주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렇게 그냥 넘어갔었는데, 지금에 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정말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소중한 여자가 저 인간에게 그토록 학대를 받고 살았었다니. 으드득! 이제라도 반드시 그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고 말리라. 정말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한 것 같다. 저런 인간들도 저렇게 버젓이 학생들의 스승 노릇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지. 지금 교단에는 저 인간 못지않은 못된 인성을 가진 교사들이 수도 없이 많이 설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학교만 봐도 그렇지 아니한가. 돈벌레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 작자, 학생들에게 대 놓고 똥 기계라는 망발을 퍼부어대고 있는 그 작자, 그 잘난 권위 하나 세워보자고 별 이유도 없이 학생들을 개 패듯 해 대는 그 작자, 어린 학생들의 설익은 붕알을 마치 제 붕알이라도 되는 양 무시로 주물떡대는 그 작자. 아무튼 스승이라는 인두겁을 쓰고 있는 인간 말종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물론, 개중에는 예외도 존재하겠지만 말이지. 그러나 그 예외보다 예외 아닌 인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문제 아니겄는가.

“선생님이 너 부르고 있어.”

옆자리 아이가 주눅 든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그랬다. 잠시 그렇게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박성철은 이미 학생들의 출석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에!”

굳이 ‘예’ 라고 대답하기도 싫다. 점 하나 빼고 그냥 ‘에’라고 해 주련다. 그것도 많이 생각 해 준 것이다.

“야, 대답 똑바로 못 해? 정신 줄을 어디다 놓고 있는 거야?”

어디다 놓고 있기는 당신 때문에 이러고 있었던 거지. 잘 알면서 시건방지게. 그래, 한번 째려 봐 주지. 당신이 얼마나 잘 견디는지 한번 보자고. 과연 내 눈깔의 힘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하는 것이 아니라 안광이 성철이 면상을 철하도록. 흐흐흐! 역시 10초를 못 견디는 군. 당신은 또다시 내게 패배한 것이다. 그 때도 진 것이고 지금도 진 것이지. 딱! 파! 화상, 너 어쩌려고 그러냐? 혜은씨가 너 이렇게 함부로 스승에게까지 패륜을 일삼고 있는 거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 해 봤냐? 스승? 피식! 알어 짜샤! 나도 지금 패륜 짓거리 하고 있다는 거. 하지만 어쩌냐? 저 인간 정말 꼴 보기 싫은데. 하긴, 나도 짜증나기는 허지. 알았다 화상 니 맘대로 혀! 후다닥! 고 자식, 차마 억지는 부리지 못하는구먼. 가만, 짜샤! 너 거기 안 서? 혜은씨가 아니라니까 또? 후다다닥!

“다음 장동건!”

“......”

그래, 일이 점점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어디 한번 계속 지켜보자고.

“장동건 안 왔냐?”

“예? 아 예! 예!”

“아침부터 정신들이 나갔나? 정신들 차려! 이제부터는 한번 불러서 대답 안 하면 말 하지 않아도 무조건 앞으로 튀어 나온다. 다음, 박성철!”

“예!”

박성철이 또 있었군. 어쨌거나 같은 이름 만나서 반갑겄소 주미 전 남편 나리.

“어째 내 이름하고 똑 같냐? 허허허!”

와르르! (아이들 따라 웃는 소리)

하지만 나는 안 웃겨. 표리부동한 인간이 지껄이는 농담 따위 하나도 재미없다 이거여. 딱! 파!

“다음, 배우식!”

“예!”

“배자식!”

“예!”

와르르!(아이들 또 웃는 소리)

절대로 웃고 싶지가 않다. 아니, 절대로 웃을 수가 없다. 주미 몸뚱이의 퍼런 멍 자국을 생각하면......

“니들은 형제냐?”
“예”(배우식과 배자식 쌍둥이 형제들 쌍으로 대답하는 소리)

물론 냉정히 따지자면, 웃긴 상황이기는 하지만, 저 표리부동한 인간이 함께 재미있어 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없이 불쾌스럽다. 당신은 재미있어 할 자격도 없는 인간이라니까. 제 여편네의 몸뚱이에 하루도 멍이 가실 날이 없게 만들었던 인간 말종이 바로 당신 아니냐 이 말이여!

“다음 김 욱!”

“......”

그래 욱아, 잘하고 있다. 대답 하지 마.

“김 욱 결석인가?”

“예? 예!”

고 자식, 끝까지 버티지 않고.

“튀어 나와!”

“예?”

“이 새끼가 정말, 내가 분명히 그랬지. 한번 불러서 대답 안 하는 놈들은 알아서들 기어 나오라고. 빨리 튀어 나오지 못해?”

“예.”

퍽! 푹! 벌러덩! 벌떡! 퍽! 푹! 벌러덩! 벌떡!

욱이 녀석이 박성철에게 퍼대기 자루마냥 쥐어터지고 있다. 아무래도 저 인간이 나를 의식하고서 더 저러는 것 같다. 너도 언젠가 한번 걸리게 되면 이렇게 되고 말 것이라는 무언의 경고 같은 거겄지. 가소로운 인간!

“그만 두시죠?”

교실 한 가득이로 주미 현 남편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으스스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넌 뭐야?”

뭐기 뭐여. 니 여자 빼앗아 먹었던 놈이지. 딱! 파!

“아무리 교사의 신분이라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학생을 구타해도 되는 겁니까?”

“이 자식이 건방지게?”

하지만, 주미 전 남편의 목소리는 많이 긴장 해 있었다. 나도 느끼고 학생들도 느끼고 모두가 감지할 정도로. 학생한테 쫄고 있는 선생의 모습. 어쨌거나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인성이 낙제점인 사람이라 해도 일단 선생은 선생이니까.

“이건 사랑의 매 정도가 아니라 노골적인 폭력 행위입니다.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습니다.”

“문제 제기? 이 자식 이거 웃기는 놈이네. 그래, 문제 제기 해 봐. 도대체 어떻게 할 건데?”

그래도 끝까지 선생으로서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다 이건가? 그래, 이쯤 해서 욱이 녀석을 좀 이용 해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욱아! 어디 다친 데는 없냐?”

그러면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푹 떨쿠고 있던 욱이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녀석을 부축 해 주는 척 하면서 지긋하게 혈 자리를 눌러주었다. 곧바로 녀석의 비대한 몸뚱이가 비루먹은 강아지마냥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미안하다 욱아!

“정신 차려 욱아!”

일부러 더 과장스럽게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는 주미 현 남편의 저 낯간지러운 작태를 보라. 다행히 성철이는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

“교사의 폭력에 의해서 학생이 기절까지 했습니다. 이제 어떡할 겁니까?”

“아니, 그게 저 저!”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애 주물러 줘요. 그래야 다시 깨어날 거 아닙니까?”

“어? 그 그래 알았다.”

당황한 박성철 선수, 얼떨결에 열심히 욱이 녀석의 비대한 몸뚱이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이건 뭐 더 이상 선생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저 학생 말 잘 듣는 착한(?) 꼰대의 모습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래, 그렇게 계속 3분만 더 주물러 주쇼. 그러면 욱이 녀석이 다시 깨어날 테니까. 어떻게 아냐고? 그야, 내가 그렇게 되도록 해 놓았으니까. 딱! 파!

“앞으로는 절대 이러지 마세요. 학생은 학교에 얻어터지러 오는 게 아닙니다. 사랑의 매라는 것도 정도가 있는 겁니다. 이렇게 학생이 기절할 정도로 매타작을 가하는 것은 결코 사랑의 매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선생님?”

“그래 아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라. 오늘은 내 내가 좀 심했던 것 같구나. 실수다 실수야.”

실수가 아니라 늘 그래왔다는 사실을 굳이 왜 감추려 드는가. 학생뿐만 아니라 연약한 여자에게도 손찌검 하는 버릇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그 사실 말이지. 하지만, 그것까지 일부러 들추어내지는 않겄소. 그 모든 것이 당신 아내를 내게 넘겨 준 그 충정(?) 하나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하시오. 딱! 파!

“여러분! 오늘 분명히 박성철 선생님께서 약속을 해 주셨습니다. 이젠 더 이상 교사들의 이런 무지막지한 폭력 행위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이 약속을 한 번 믿어 봅시다. 미우나 고우나 박성철 선생님은 우리들의 스승님이십니다. 그런 사실을 잘 깨닫고 앞으로도 박성철 선생님 말씀 잘 듣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예!”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까지 내 비치고 있던 박성철 교사의 귓가에다 주미 현 남편이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리고 있었다.

“이따가 따로 학교 앞 다방에서 좀 보지?”

그런 그의 속삭임에 주미 전 남편은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그저 벌겋게 변해버린 얼굴로 죄 없는 욱이 녀석만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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