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강의실을 헤매다 망신 당한 이야기

2024. 12. 31. 09:21허세창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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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을 헤매다 망신당한 이야기

 

예전에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 시절 저는 철지난 아버지의 양복을 입고 등교를 하고 있었지요. 그 이유는 순전히 다른 입을만한 옷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학생들은 제가 부잣집 아들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오해를 하곤 했지요.

그리고 저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로서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강의실 이동 방식에 생소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강의 시간표를 가지고 있었고 어떤 강의실에서 어떤 강의가 이루어진다 하는 것 까지는 저 역시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과 다른 학생들은 강의실을 잘도 찾아다니는 것 같더군요. 똑같은 새내기 학생인데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저는 지금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입학 후 며칠 째 되던 그 날 까지도 저는 다음 시간 강의실을 못 찾고 이리저리 헤매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 전체가 고요한 적막에 쌓여 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모든 수업이 시작되어서 그런 것으로 짐작이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더 급해지더군요. 마침내 강의실을 찾아 허둥지둥 아무 문(앞문)이나 열고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눈치가 좀 이상하더군요. 학생들도 어쩐지 낯선 아이들 같았고 교수님도 처음 뵙는 분이었습니다. 열심히 강의 하시던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황당하다는 듯이 저를 주시하고 있더군요. 당황한 저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앞자리의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에게 물었지요.

“여 여기 불문과 아닙니까?”

“네? 아닌데요.”

아무튼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찾던 그 과목 강의실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의 키들거리는 웃음소리와 교수님의 황당해 하시는 눈초리를 뒤로 한 채로 급히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는 제 뒤통수가 그 때만큼 간지럽게 느껴진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양복까지 점잖게 차려입은 학생이 그런 칠푼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양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더 덥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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