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 09:26ㆍ허세창여행
대전 범골 마을과 3대 하천 이야기
나는 지난번에 대전 변두리의 보문산 자락에 있는 벙 굴(범 골)마을과 갑 천 탐방 길에 나섰었다. 그런데 마침 오전에 비가 잠깐 내려서 그랬는지 생각보다는 나들이객들이 많이 붐비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가지 씁쓸한 일은 과거와는 달리 벙 굴(범 골)의 동네 인심이나 풍경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확연히 느끼게 된 것인데, 나의 어린 시절엔 너나없이 동네 인심이 매우 후덕하고 동네 초가집들의 안온한 모습까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정취가 그득했었던 바, 이제는 그런 모습들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으니,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생경하게 변해버린 벙 굴 마을의 풍경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내가 이 번 산행 길에서 그나마 가장 반가운 마음으로 맞닥뜨렸던 것은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산행 길 초엽에서 만나게 된 정겨운 벙 굴 마을의 풍광이었다.
과거, 나의 어린 시절에는 마을의 논들에서 동네 친구들과 하루 온종일 메뚜기들을 잡아내서는 강아지풀 줄기에다가 촘촘히 그것을 꽂아서 외가댁 부엌 아궁이에다가 그대로 노릿하게 구어 내던 즉시로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그것을 빼앗겨 버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해 가며 열심히 익어버린 메뚜기들을 아삭아삭 씹어 삼키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니 말이다. 사실 말이지, 이 벙 굴(범 골)동네는 나의 외가 동네다. 바로, 그런 동네의 산자락에 선산이 대구 경산 쪽인 조부모의 묘소가 엉뚱하게 모셔져 있는 사연이야 이야기가 자꾸만 늘어질 것 같아 이만 여기서 줄여야 할 일이겠으나, 그 대신으로 나의 어린 시절, 외할머님 댁에서의 기억 한 자락을 잠깐 떠올려 보자면, 비록 지금은 외할머니님 당신께서도 이승을 뜨신 지가 어언 20 여 성상이 흘러갔지만 당신께서는 처음부터 나를 매우 귀애 하셨고, 또 나 역시도 어머니보다도 더 외할머니를 따랐었던 기억뿐이니, 생각 해 보면 지금 역시도 그저 외할머니의 인정 많으신 그 모습만이 간절히 떠오를 뿐이다. 지금도 나는 가끔씩 외가 집에 들릴 때 마다 과자를 사 먹으라며 주머니에서 쌈지 돈을 꺼내주시곤 하던 외할머님의 그 때 그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리고 가을날이면 울안 감나무에 열린 감을 직접 따내셔서는 내 조막만 한 손에 꼭 쥐어주시며 환히 웃음을 지으시던 그 다정하신 모습들. 그리고 일부러 삼촌들을 시키셔서는 안 벙 굴(안 범 골) 산 속의 맑은 산 개울물에서 가재를 잡아오게 하셔서는 뜨겁게 달아오른 화로 불 위의 뚝배기된장에다 듬뿍 집어넣으셔서는 자글자글 빨갛게 익히셔서 뚝뚝 그 살을 발라 나의 밥숟갈 위에다 한 점 한 점 정성스레 올려 놔 주시던 그 기억들. 또한, 겨울날이면 어린 내가 얼음을 지치다가 벙 굴 산 개울물에 빠져서 흠뻑 양말을 다 적시어 와도 언제나 어머니의 꾸지람으로부터 나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시곤 하던 인자하신 그 모습까지도.
아무튼 그러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보문산 자락의 모든 추억들을 뒤로 하고서 다음날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유등천과 갑 천 탐방길에 나섰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대전 한밭에는 예로부터 큰 하천이 세 곳이 있는데 바로 대전천과 유등천, 그리고 갑천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대전역 부근을 포함하는 구도심 지역이 전통적으로 그 중심 지역을 형성하고 있었고, 또 대전이라고 하는 도시 자체의 면적 역시도 그다지 넓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자연 그 당시엔 그 지역을 관통하고 있던 대전천만을 오로지 대전의 대표적인 하천으로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칠 팔 십 년대를 지나오면서, 도시의 규모도 점점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어 가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활오수나 공장폐수의 유입이 늘어남으로 인해서 대전천은 점점 거대한 하수구처럼 변해 가더니 결국에는 대전 지역의 주변 하천에 불과하던 유등천이나 새로이 시로 편입되어 들어온 갑천 등만도 못한 위상에까지 처하고 만 것이다.
사실, 지금의 현실에 있어서는 오염이 되어버린 대전천이나 유등천 보다 대덕군에서 새로이 편입되어 들어 온 갑천이 오히려 더 대전의 새로운 대표적 하천으로 그 위상이 나날이 부각되고 있는 중인 것인데, 그 가장 큰 이유라고 하는 것이 전통적으로 대전 시에 속해있던 대전천이나 유등천을 흐르는 수량이 과거에 비해서 현저히 줄어들기도 하였고, 또한 시 당국에서 아무리 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 육 칠 십 년대와 같이 아이들이 마음대로 헤엄을 치며 놀 수 있기에는 여전히 매우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갑천(甲川)을 한 번 살펴보자면, 두 말할 것도 없이 군(郡) 단위에 속해 있던 탓인지는 몰라도 다른 하천들보다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 되어 있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수량과 강폭 역시도 일반 개천 수준이 아닌 거의 중급 규모의 강물 수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풍부하면서 넓다는 것이고 시 당국의 갑 천 가꾸기 사업 역시 꾸준히 지속되어 옴으로 인해서 현재에 이르러서는 각종 세계적으로 희귀한 민물고기나 원앙새, 백로, 왜가리 등속의 준 텃새들도 눈에 띄게 그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갑 천이 대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면서 천 변 공원이나 운동시설, 산책로 등도 꾸준히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 중인데, 예전 대덕 군 내에 편입되어 있던 시절에는 그저 평범한 시골 지역에 불과했던 주변 지역이 지금은 각종 관공서라든지 방송국 등의 신 청사 그리고 대전 엑스포 공원까지 자리 잡고 있음으로 해서, 갑 천은 이제 명실 공히 대전을 대표하는 대표적 명소가 되었고 또, 시에서 벌이는 다양한 문화나 축제행사 그리고 방송국들의 각종 야외 공연 행사까지도 가장 많이 개최가 되고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다시 한번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언제쯤이나 되어야 갑 천을 포함한 대전의 모든 하천들에서 예전처럼 우리 어린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시 뛰어 놀 수 있게 될 것인가를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컴퓨터나 과외 등에만 찌들어 살고 있는 불행한 어린 세대들을 예전 그 때처럼 다시 맑은 자연 속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은 이 시대 우리 어른들에게 부여된 너무나도 막중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의 벙 굴(범골)마을과 하천 탐방에 있어서는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과 매우 어려워진 농촌마을의 안타까운 현실, 그리고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한 하천들의 희망적인 현실을 직접 눈으로 재확인해 본 의미 있는 탐방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대전 찾아오는 길/ 수도권에서는 경부 고속 국도를 타고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회덕 분기점에서 갈라지는 호남 고속 국도 상에서 차례대로 나타나게 되는 북 대전이나 유성, 서 대전, 안영 톨게이트 등의 대전 서부 권 톨게이트들로 진입해 들어오는 방법이 있겠고 또 다른 방법은, 경부 고속 국도를 그대로 계속 진행해서 회덕 분기점을 지나게 되면 첫 번째로 나타나는 대전 톨게이트로 진입해서 들어오는 방법과 그대로 지나쳐서 비룡 분기점에 이르러 대전 남부 순환 고속 국도로 진입을 한 뒤에 나타나게 되는 판암, 안영 톨게이트 등지로 진입해서 들어오는 방법 등의 아주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그리고 영남 쪽이나 호남 쪽에서 올라와 진입하는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방법들의 역순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편할 것이다. 다만, 벙 굴 마을(대전 시 호동 소재)을 직접 한 번 방문해 보려는 분들이라면 서부 권 톨게이트들 보다는 동부 권 쪽의 대전 톨게이트나 판암 톨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절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유등천이나 갑천을 탐방 해 보시려는 분들의 경우엔 대전, 북 대전, 유성 톨게이트 등을 이용해서 진입하면 무난할 것이고 말이다.
*관광 및 볼거리/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명소도 꽤나 다양한 편이다. 우선 먼저 대전의 자랑인 계룡산 국립공원을 들 수 있겠는데 800 미터 급으로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예로부터 이름난 명산으로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동학사, 갑사를 비롯한 유서 깊은 사찰이 소재 해 있기도 한 곳이다. 학창 시절, 국어책에도 실려 있었던 ‘갑사로 가는 길’ 이라는 수필문의 소재가 되었던 곳이 바로 이 계룡산 남매 탑 부근이다. 또한, 오늘 나의 탐방기에서 소개한 보문산 역시도 대전 시민들의 오랜 휴식처로 각광 받아온 유서 깊은 산이라 할 수 있다. 산자락을 휘돌아가면서 벙굴 마을, 안영리 유원지, 대전 동물원 등이 소재하고 있다. 또한, 야경 사진을 찍기에 아주 좋은 장소로서 국내 유명 사진가들도 많이 찾고 있는 식장산(대전 동부에 소재)이 있고 석양 풍경이 아름다운 계족산이란 곳도 있다. 그 밖에 대청댐, 엑스포 공원, 유성온천, 청남대, 대둔산, 금산 인삼 재배지 관광 등 그야말로 대전 지역에서도 계획만 잘 세운다면 다양하고 풍부한 관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진 - 식장산의 전경)
*먹거리/ 대전 하면 예로부터 칼국수가 유명한 곳이다. 그 유명한 대전 발 영 시 오십분의 막국수도 막국수지만 특히, 대전시 대흥동 일대에 소재하고 있던 칼국수 집들이 더 유명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한 곳에 몰려있던 가게들이 많이 없어지고 몇 몇 집들만이 남아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대전에 한 번 들리게 되면 대흥동 칼국수의 맛을 한번 경험 해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대흥동 칼국수의 맛이야말로 국내 최고 아니, 세계 최고라 칭해 주어도 모자람이 없을 듯싶다. 아주 매운 칼국수 국물에 쫄깃쫄깃한 면발, 게다가 쑥갓이 한 소쿠리 푸짐하게 덤으로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언젠가 대흥동 칼국수를 먹고서 문을 열고 나오다가 갑자기 눈앞이 노란 해져 그대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던 경험까지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칼국수가 쓰러질 정도로 얼큰한 맛이면서도 고소한 독특한 무엇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칼국수의 양도 정말 푸짐하게 나온다. 결코, 일반 칼국수집의 하얘터진 칼국수 아닌 칼국수를 연상하지는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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