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경제사범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

[논단]경제사범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

 

세상에는 수많은 범죄유형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한국의 법률 구조 하에서는 그 모든 범죄유형들에 대한 처벌의 원칙이나 실제 행사, 그리고 적용수위에 있어서 유관기관에 의한 그 각 범죄유형들에 대한 통제가 대체적으로 적절하게 행해지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서 그에 대해 생각을 모아 본 사람들이라면, 현 한국사회의 현실이 반드시 그렇게만 돌아가고 있지만은 않다는 많은 사례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필자가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경제사범에 있어서의 그 처벌 수위라든지 하는 타 범죄유형과의 처벌 형평성 문제 같은 것만을 놓고 본다고 해도 말이다. 특히, 경제사범 중에서도 뇌물사건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 그리고 유수의 대기업 집단 총수의 경우 등과 일반 좀도둑질과 사기, 갈취 유형범죄들을 비교해서 놓고 보았을 때, 과연 그 처벌수위의 형평성에 있어서 아무런 차별이 없는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고개를 끄덕여줄 이가 많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사회에 있어서 이른 바, 큰손(?)의 경제사범 부류에 속하는 고위 공직자들이나 정치인 대기업 총수 등에 있어 그 처벌의 수위를 지켜 볼 때, 법의 문외한들이 지켜보기에도 지나치게 가벼운 아니, 그 가벼움 이상을 상회하는 부당한 무언가가 있음을 확실히 본다. 툭하면, ‘국민화합차원’ 운운하면서 광복절 등의 적절한(?)시기 등을 이용하여 뇌물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이번의 정대철씨 사면 같은-을 그 형기의 반도 살리지 않고 빼 내 주는 것 같은 것만 보아도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사법기관들과 행정당국은 왜 그렇게도 경제사범에 있어서만큼은 유독, 가벼운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필자는 과거, 육 칠 십 년대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으로 파악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이 한참 경제발전에 매진을 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군사 정부로서도 기업을 하는 이들이 웬만큼 불법을 자행한다고 해도 수출에 있어서의 기여도만 높다면 슬쩍 그 불법 사실을 눈감아줘 온 관행이 이제까지도 계속 커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에는 군사정권과 대기업집단간의 정경유착 행위가 노골적으로 자행되던 시기이기도 하였는데, 군사정권에 의한 그러한 철저한 보호가 있었기에 대기업 집단 총수 일가들은 회사 돈을 빼 돌리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서 분식회계 등의 여러 다양한 수법 등으로 끊임없이 자신들의 사복을 채운다거나 또는, 적당히 정치집단들에게도 적지 않은 액수의 뇌물을 바쳐가며 공존을 해 왔던 것이다.

한국사회, 과연 언제나 되어야 변할 것인가. 특히, 경제사범의 추악한 범죄행위를 가볍다고 치부해 버리는 그 결코, 아름답지 않는 전통은 언제쯤이나 되어야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인가. 흔히들,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이런 말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회만 된다면,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 등에서 공금을 몇 억 아니, 몇 십억을 빼 돌려놓고 일부러 자수해서 감옥에 잡혀 들어가 앉아 있기만 한다면, 보나마나 일 이 년 아니, 그 형기의 반도 다 채우지 않았을 때 대통령에 의해서 이른 바, ‘국민화합차원’이라는 은혜로운 복음의 혜택(?)을 입고 풀려나게 될 것이니 무엇을 더 걱정할 것인가. 잠깐 고생으로 남은 여생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테이니......” 라고 말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이야기가 아닌가. 그만큼 현, 한국 사회에 있어서의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는 너무나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일반 경제사범이 아닌 소위, 힘이 있다고 일컬어지는 사회 지도층이나 권력층에 대한 처벌 수위는 그보다도 훨씬 더 낮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사범들, 과연 그 언제쯤이나 되어야 그 죗값을 제대로 다 치르게 될 날이 올 것인가. 그 날이 정녕, 오기는 할 것인가.

 

2005.08. 허세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