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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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장편소설]잎새의떨림69
69 오늘은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호정단장은 고2에서 졸업반으로 올라가는 날이고, 그의 애첩 장희정양은 중학교 졸업반에서 고1로 승차(?)하는 날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첫 등교 날의 아침을 맞아서 대단히 분주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호정단장의 호박 통 속에는 그저 김승주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고 말이지. 미치갔다 증말! 요즘 들어 부쩍 더 승주가 와 이리 보고 싶냐. 물론, 시시때때로 바보상자로 접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 직접 보는 거 하고 같냐 이 말이지. 어제 저녁 정 기사는 힘들이지 않고도 우리 집의 첫 가정부가 될 여자를 물색해 들였다고 한다. 정 기사가 비교적 손쉽게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 들인 가정부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2024.08.06 -
[창작장편소설]별빛의향연50
50 “이모는 정말 억울하고 화나지 않아요? 그런데도 그런 악마를 왜 그렇게 감싸고돌기만 하는 거 에요? 왜 신고를 못하냐고요? 아니, 왜 신고를 안 하는 거냐고요? 그렇게 날마다 두드려 맞고도, 그렇게 날마다 노예 같은 삶을 살았어도, 왜 그렇게 무작정 참고만 있는 거냐고요? 동철이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이모는? 이 어린 게 무슨 죄가 있다고? 속상 해 죽겠어요 정말!” 그렇게 춘화 이모를 닦달(?) 할 때 마다 동희는 속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 역시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오곤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일 역시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더 더욱 춘화 이모가 당한 일이 화나고 분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젠 그만 하자 동희야. 다 지난 일이여. 어차피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신고를 한..
2024.08.05 -
[창작장편소설]잎새의떨림68
68 승주와의 꿈같은 조우 이후,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겨울방학이 다 지나가고 말았다. 마치, 허공중에 몸뚱이가 붕 뜬 것만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드디어 개학을 하루 앞둔 어느 날이다. 지금 나는 저 멀리 언덕 아래로부터 가늘게 이어져 올라온, 이 곳 내가 앉아있는 높다란 언덕 위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그림 같이 하얀 집, 바로 이 언덕위의 하얀 집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 올라오고 있는 귀엽게 생긴 어떤 여인을 그윽한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다. 김승주?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여인은 장희정이란 이름을 가진 가출소녀, 바로 그 소녀다. 그리고 지금의 내 기분은 만감교차란 단어 하나 정도로 표현 해 두고 싶다. 실로, 지난 겨울방학은 다사다난한 한 해, 아니 겨..
2024.08.05 -
[창작장편소설]별빛의향연49
제 17장 성하의 계절 49 계절은 벌써 성하(盛夏)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늘 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땀이 혼곤히 배어나올 지경이니 말이다. 다른 해 보다 더 일찍 더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바다로부터 거침없이 불어오는 바람결에도 그런 여름의 냄새가 물씬 배어들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참 바닷바람을 쐬고 앉아 있으면,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방문 앞 툇마루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어도 그런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바닷가의 이 집은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잡다한 상념들을 시시때때로 훌훌 흩어버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답답한 가슴 속 역시도 시원하게..
2024.08.04 -
[창작장편소설]잎새의떨림67
67 오늘따라 유난히 더 찬바람이 세게 몰아쳐 온다. 아마도 해가 져 버린 초저녁 어스름 때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간간이 성긴 눈발마저 바람결에 이리저리 흩날려 가고. 그래서일까. 전망대 마당 안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오로지 허여문드름한 모습으로 둥실 떠 있는 저 넓은 마당뿐. 벌써 한 시간 째. 지나친 자만이었을까? 아니면, 승주의 자존심일까. 그래. 나 같아도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지. 국내 최고 인기 미녀 여가수와 지방 사립 상업고등학교 예비 3학년 고삐리 녀석이 언감생심 어디로 봐서 서로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나이 차이도 여섯 살. 그리고 그녀는 엄청난 부자. 그리고 고삐리 녀석은 엄청난 가난뱅이. 아, 그건 아니군. 돈에 관한..
2024.08.04 -
[창작장편소설]별빛의향연48
48 이민정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이 구역 유흥가를 주름잡고 있는 폭력조직 금철이파의 두목 김금철이라는 사실을 알고 몹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었지, 실제로 얼굴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젊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외모 역시 저토록 준수할 줄은 미처 예상도 못했다. 마치, 고귀한 집 얌전한 귀공자의 모습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김금철 역시도 이민정을 직접 대면하고 앉아 있으면서 표정이 몹시 경직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부하들로부터 도망간 은채라는 아가씨의 본래 이름이 김금채라는 보고를 들었던 것이다. “민주씨의 본명이 이민정인가요?” “네? 아 네...... 사 사장님.” 이민정은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