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100만원과 99만원의 차이

2025. 1. 1. 11:18허세창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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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100 만원과 99만원의 차이

 

우리나라 선거법에는 선거 후보자의 사전선거운동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엄존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선거법의 내용 중에는 당선자들이 사전선거운동 행위로 구속이 되었을 경우에, 재판의 결과에 따라 벌금액수가 100 만원 이상 판결이 나오게 되면 기 당선까지 무효로 되고, 100 만원 이하로 판결이 나오면 기 당선만은 그대로 유지 될 수 있는 법 조항까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좀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인데, 벌금액수가 100 만원 이상이 되면 당선된 사실조차 무효로 될 만큼 매우 나쁜 범죄라 정의되어지는 것이고, 100 만원 이하로 판결이 나면 그 보다 덜 나쁜 범죄라고 보고서, 기 불법 당선된 사실조차 무효로 되지 않을 만큼 덜 나쁜 범죄로 취급이 되어진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그러한 얼토당토않은 판단의 기준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라고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전 선거 운동을 했으면, 100 만원 벌금 판결을 받았건 99 만원 벌금 판결을 받았건 다 같이 나쁜 범죄인 것은 마찬가지인 것인데, 다 함께 법의 심판을 착실하게(?) 받아야 할 그들의 운명을 그저 불명확한 벌금 액수를 기준으로 해서, 한 쪽은 다시 당당하게 보란 듯이 허리를 펴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고, 다른 한 쪽은 아예 기조차 펴지 못할 정도로 폭삭 주저앉혀 버릴 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장발장’ 이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기껏 빵 한 조각을 훔쳐먹은 이유로 해서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았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법의 적용이라고 하는 것은 부자나 가난한 자를 불문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어졌을 때, 그 권위가 확고하게 유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 교훈으로나마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사전선거운동을 해서 불법 당선된 것은 다 마찬가지인데, 누구는 판사의 그 날 기분상태에 따라서(?) 100 만원 이하 벌금판결을 받아 당선이 그대로 유지가 될 수 있게 하고, 누구는 판사의 그날 기분이 언짢았던 이유로 해서, 재수 없게도 100 만원 이상의 벌금판결을 받아서 당선이 무효가 되게 한다고 하는 것은, 그저 모 아니면 도식의 억지스런 판결을 처음부터 태동해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운명을 어쩔 수 없이 부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런 지적을 하는 이유는, 이미 다 알고 있다시피 국회의원쯤 되면, 100 만원 정도의 벌금이야 지나가던 부랑자에게 그냥 던져 주고 말아도 그들이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을 만큼 미미한 액수에 불과한 것이기에 바로 그렇다는 것이고, 정작 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직을 계속, 그대로 유지해 지닐 수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하는 오로지 그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 남은 임기 4년간을 온갖 특혜와 영화(榮華)를 더 누리고(?) 살아 갈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이 갈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런 불합리한 법이 아직도 계속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법원의 보이지 않는 권력 챙겨 가지기 그 목적 하나에 있지 않을까 싶다.

각설하고, 앞으로도 계속 현재와 같은 벌금 100 만원 판결을 기준으로 의원직의 계속 유지여부가 재 가늠되어 진다고 하는 것은, 오로지 판사의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아니, 판사의 그 날 아침 출근 길 기분에 따라서는 마치, 이 현령 비 현령 식의 제 멋 대로인 판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지 못할 우려가 대단히 농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그런 식으로 법원의 독단이 쉽게 이루어 질 개연성이 짙은 것이라면, 막말로 법원이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서 이럴 때는 100 만원, 저럴 때는 99 만원 하는 식으로 자신들 기분에 따라 멋대로 벌금판결을 내려도 아무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니, 그 어찌 처음부터 부정의 싹이 돋아날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하겠는가.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런 불합리한 법이 당연히 뜯어 고쳐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고 명백한 모순점이 어떤 것이라는 것도 이미, 백일하에 명백히 드러난 이상, 그런 안개 같은 법을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게 한다는 것은 결코,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처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고인(古人)은 ‘악법도 법이다.’ 라고 죽어가면서까지 목소리를 드높였지만, 현대인들은 다시, ‘악법은 반드시 뜯어 고쳐져야 할 악법에 불과할 뿐이다.’ 라고 생각을 고쳐먹을 줄도 알아야 최소한, 그 고인이 살던 당시의 시대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기에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2005.07. 허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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