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30. 17:12ㆍ허세창수필

내겐 너무 난감한 술자리
지난 가을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착잡한 날들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착실히(?) 다니던 직장을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좀 말씀드릴까 합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저는 그 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업무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상사(上司)에게 아부성(?) 술자리를 마련 해 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정기적으로 그렇게 아부주를 사지 않으면 결국 눈에 보이지 않게 월수입이 줄어들게 될 것이 뻔한 이치였기 때문이지요.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저를 비롯한 모든 부하 직원에게 주기적으로 아부주를 얻어 마시지 못한 상사는 결국 괘씸죄를 적용해서 해당 부하 직원에게 고의적으로 일거리를 덜 배당해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고, 결국 그 여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저를 비롯한 해당 부하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술자리를 베풀어(?)주는데 있어서 과연, 그 소요비용은 어느 정도가 필요했던 것일까요. 놀라지 마세요. 무려 월 수입액의 거의 절 반 이상이 아부성 술자리 비용으로 지출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겪는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평소 제 월 수입액이 평균 300만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연 150만 원 정도에서 300만 원 정도를 고스란히 아부주 비용으로 날려야 했던 것이지요.
물론, 그럴 때면 속이 정말 쓰려오곤 했었습니다. 와병 중이신 노부모님을 모시고 한 달 생활비를 빠듯이 벌고 있는 처지에, 그런 생떼 같은 돈을 주기적으로 뜯기다시피 했으니 말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투자성격(?)의 지출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역시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었지요.
그러나 결국 저의 그런 짧은 생각(?)이 화를 불러오고야 말았습니다. 도저히 그 부당성을 참지 못한 제가 감히 상사에게 반기를 들고 말았던 것이지요. 무엄하게도 저는 그 때 상사에게 아부주를 바쳐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나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술을 사지 않고 있었습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지요. 결국, 그 여파가 바로 직격탄이 되어 날아오고야 만 것입니다. 그 달 이후로 수입이 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시작했던 것이죠. 말하자면 상사는 어디 이 녀석 한번 당해봐라 하는 심보에서 고의적으로 제게만 수익거리 일 배당을 주지 않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자신에게 아부주를 베풀지 않으면, 결국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냉혹한 현실로 제시 해 주면서 말입니다.
그 후 저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 월수입만으로 도저히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 해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끝까지 상사와의 타협을 마다하고서 결국 그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고야 만 것이지요. 그 후로 지금까지 저는 백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부모마저도 큰 아들인 제 곁을 떠나서 아우 녀석의 집으로 옮겨가 계시는 중입니다.
이제야 저는 제 어리석음(?)에 대하여 깊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부당하다고 생각되어도 베풀어야(?) 할 때는 어느 정도 베풀어 주어야 한다는 만고고금의 사회생활 원칙에 감히 반기를 들었던 그 치기를 말입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적당히 타협하면서 사회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래도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돌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2005.11. 허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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