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검정고무신 이야기

2025. 2. 12. 09:39허세창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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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이야기

 

요즘 아이들은 검정 고무신이 대체 무엇인가 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어렸을 때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이 검정 고무신 아니면 흰 고무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가끔가다가 왕자표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아이들은 가뭄에 콩 날 정도로 드물었지요. 그런데 이 검정 고무신은 용도가 참 다양했습니다.

이를테면, 개울물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임시로 고기를 보관 해 둔다거나, 모래밭에서 장난을 칠 때 고무신의 뒤쪽을 꺾어서 장난감 덤프트럭 대신으로 써 먹기도 했지요.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검정 고무신은 훌륭한 싸움의 무기까지 되어 주었습니다. 나보다 덩치가 큰 아이가 시비를 걸어 올 때, 느닷없이 고무신짝을 벗어서 마구 휘둘러대기만 하면, 십중팔구 그 아이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곤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도 제가 가장 그럴 듯하게 생각하는 용도는 바로 맛있는 엿을 바꾸어 먹을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한동안 신다가 보면, 바닥이 다 달아서 구멍이 나게 마련인데, 바로 그 때 잽싸게 엿을 바꾸어 먹을 수가 있었던 것이죠. 물론, 멀쩡한 고무신을 일부러 찢어서 엿을 바꾸어 먹다가 엄마에게 들켜서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바로 그 시절이 제 인생에 있어서나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2006,08. 허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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