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0. 08:56ㆍ허세창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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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콩콩 놀이를 즐기다 까무러쳐 버린 가출소녀가 차력 소년의 품안에 축 늘어져있다. 일부러 그렇게 되도록 해 본 것이다. 뜀뛰기 놀이를 즐기다 그대로 까무러쳐 버린 소녀의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그 묘한 궁금증 땀시 말이지. 딱! 파! 화상은 역시 변태! 뭐여? 내가 왜 변태여? 내가 지금 가출소녀를 강제로 따 먹기를 했냐, 그렇다고 강제로 겁탈을 했냐? 그런 디 뭐가 변태여 짜샤? 그 그게 그런가? 근디 헛갈리는 디? 분명히 변태 짓 맞는 디? 아니라니까 짜샤! 너 또 매 벌고 싶어서 환장 한 거지? 아녀 알았어 꼬르륵! 짜식이 말이야 꺄불고 있어! 쉭! 쉭!
그나저나 이 반지 이거 말 그대로 물건이다. 우째 이런 일이 다 있을까.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천일야화속의 그 요술반지나 요술등잔처럼 슥슥 문지르면, 원하는 소원을 다 들어 준다든지, 아니면 모든 심부름을 다 해 주는 마왕이나 거인 노예가 등장 해 주지 않는다는 거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런 것까지 가능했으면 그 얼마나 좋았을 껴. 흐흐흐! 딱! 파! 왜 또 짜샤? 화상, 너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 탈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반지조차도 없어서 환장할 일인데, 너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녀? 하! 고 자식! 또박또박 바른 소리만 질러 대니, 이걸 그냥 무턱대고 확 질러 버릴 수도 없고. 알았어 짜샤! 괜히 한번 해 본 소리여. 나라고 짜샤! 이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라는 사실을 왜 모르겄냐?
까무러친 가출소녀를 풀 밭 한 쪽 위에다 조심스레 뉘여 놓고는 네 활개를 활짝 펼친 채 개구락지 모양 널부러져 있는 녀석들 쪽으로 슬슬 다가갔다. 녀석들의 물건들을 살짝 살짝 주물러 주려고 그러는 것이다. 너 오늘따라 왜 그렇게 간당간당하게 구냐고? 그거야 물론, 학하리 똘마니 녀석들에게 당했던 그 때 그 치욕의 앙금 때문이지. 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분노와는 별개로, 내가 당했던 그 수치의 앙금 말이여. 그 때 녀석들이 나를 여관방에다 홀랑 벗겨 뉘어 놓고는, 내 물건이 마치 지들 장난감이라도 되는 양, 마음대로 떡주물렀잖여. 그 쳐 죽일 놈들이.
하지만 결국 이 녀석들에게 빚을 갚아주는 일은 포기 해 버려야 할 것 같다. 지리산에서도 진작 이 녀석들을 혼내 준적이 있거니와, 여기서는 애당초 이 녀석들의 물건을 잡아 쥘 수조차 없으니 말이지. 잡아 쥐기는 고사하고, 썩어 문드러지는 듯 한 오징어 냄새 때문에 내가 먼저 코를 싸매고 도망을 가야 할 판이다. 햐! 이 녀석들은 목욕도 안 하나? 아니, 뒷물도 안 하나? 뒷물은 여자들만 하는 건줄 아나본데, 사실은 남자들이 더 자주 뒷물을 해 줘야 한다. 그래야 이 녀석들처럼 썩은 오징어 냄새를 풀풀 풍기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나도 최소한 3일에 한 번씩은 뒷물을 해 주고 있다. 어쨌거나, 아무리 그래도 그냥 자리를 뜨기가 좀 아쉬워서 주변에 나뒹굴고 있던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어서는 녀석들의 물건 혈 자리마다에 혈침 한방씩을 톡톡 쏘아주고 재빨리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녀석들은 한 삼십 분쯤 더 그대로 누워 있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학하리 윗대가리 녀석들, 정말 지독한 자린고비들일세. 쫄따구들 월급도 안 챙겨 주나 보지? 아니, 목욕비도 안 챙겨주나 보지? 여자 장사는 그만두고라도 보호비 명목으로 각 유흥업소에서 긁어 들이는 돈만 해도 엄청날 텐데 말이여. 두고 봐라. 나는 절대로 너희들처럼 그렇게 쪼잔하게 부하 관리를 하지는 않을 겨. 월급도 잘 챙겨주고, 상여금도 챙겨주고, 주5일근무제(?)도 챙겨주고, 퇴직금도 챙겨주고, 대기업 사원들보다도 훨씬 좋은 근무(?) 여건을 만들어 놓고 말테니 께.
(아닌 게 아니라 주 5일근무제는 허수창이 두목으로 있던 1980년대 초반의 호정단이란 깡패집단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가 되었었다는 전설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글쓴이 주)
희정이를 들쳐 업고 숲 속을 빠져 나왔다. 품에 안아 들지 않고, 굳이 이렇게 등에다 들쳐 업은 이유가 무얼까? 당연히 타인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다. 실신해 축 늘어진 소녀를 품에 안아 들고 걸어가면, 남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을 것이지만, 이렇게 등에 업고 걸어가면, 어린 연놈들의 눈꼴사나운 애정 행각쯤으로 가볍게 치부 해 버린다거나, 친 오빠가 여동생과 함께 공원에 놀러 왔다가 갑자기 어디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여동생을 직접 등에다 업고 부리나케 귀가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딱! 파! 화상은 역시 잔머리 대왕! 하지만 화상, 그건 멍청한 생각이다. 희정이를 품에 안아 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꼭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원에 같이 놀러왔다가 갑자기 까무러쳐 버린 자신의 애인이나 친 여동생을 소중히 품안에 안아들고, 급히 집이나 병원으로 향하고 있는 대견한 애인이나 친 오빠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이 말이지? 음, 그게 그런가? 그래 짜샤 네 생각도 일리가 있는 거 같다. 그럼 지금이라도 안아들고 가 볼까? 딱! 파! 왜 짜샤? 품에다 안으라며? 그냥 업고 가! 기왕에 업은 거 뭘 또 번거롭게 자세를 바꾸려고 그러냐? 그려 알았어. 나도 지금 퍼뜩 그 생각이 들었구먼. 그나저나 오늘 나 어째 좀 이상하다? 평소 같으면, 짜샤 너를 마구 줘 패야 하는 순간인 디, 지금은 통 그러지를 못 하겄네. 대체 나 왜 이러는 겨? 후다닥! 휴! 살았다. 또 맞아 죽을 뻔했네. 아니, 이 자식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겨? 짜샤야! 짜샤야! 너 어디 갔냐?
공원 아랫동네 대사동 오거리 모퉁이에 있는 여관 방 안.
그나저나 여관 이름이 쬐께 재밌다. 옴시롱감시롱. 그런데 너희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여관방에 들 수 있었냐고? 그거야, 식은 죽 먹기다. 나는 시골에서 취직자리 알아보러 막 올라온 스물한 살 청년쯤으로 둔갑을 했고, 가출소녀 역시 그 청년이 함께 데리고 온 친 여동생쯤으로 둔갑이 되었으니 께. 하기야 노회한 여관 주인부터가 먼저 실실 쪼개며 반기는 데야 굳이 둔갑의 필요성까지도 없긴 했지만 서도. 딱! 파!
가출소녀를 침대 위에다 얌전히 코 재워놓고는 여관 밖으로 나와서 탁재현에게 공중전화를 걸었다. 밤 열 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며칠 전부터 녀석과 미리 통화 약속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지. 그나저나 오늘 수 억 깨지네. 이러다 문병객들에게 동냥 받은 돈 며칠 못 가 다 거덜 나는 거 아녀? 아무래도 학하리 접수하는 일을 언능 서둘러야겄어. 요술반지까지 생겼는 디, 더 이상 망설일 게 뭐여.
“어, 수창아.”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 탁재현. 사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재현이 녀석에게 어떤 일 하나를 부탁 해 둔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 어떻게 됐냐?”
“모두들 총알같이 튀어 나올 겨. 나한테도 그렇지만, 저승사자 같은 스라소니 니가 무서워서라도 감히 그 누가 열외 할 엄두를 먹겄냐? 내일 오후 두시니 께 너만 빵꾸 안 내면 된다.”
“수고했다. 최대한 많이 참석 해주면 좋겄는 디?”
“최대한이 아니라 무조건 다 나올거라니 께. 스라소니 니 이름만 듣고도 죄다 오금이 저려하니 께. 너 한테 비하면, 나는 정말 개털이란 사실을 새삼 절실히 깨달았다.”
당연하지. 너는 그냥 고교 급이고, 나는 초 고교 급이니 께. 야구 선수로 치면, 너는 그냥 고교 급 투수, 나는 초 고교 급 투수. 알간 모르간? 딱! 파!
“얌마 재현아, 스라소니 아니고, 호정무인이라니 께. 자꾸 까먹고 그러냐?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 많은 애들한테 다 연락을 취한 겨? 혼자 한 겨?”
정말, 그것이 궁금했다. 녀석 혼자서 했을 리는 만무하고.
“당연히 똘마니들도 시켰지. 나 혼자 다리병신 될 일 있냐? 그 많은 애들을 다 찾아 돌아다니게? 그러고 스라소니 소리는 앞으로 절대 안 할게. 입에 붙어서 말이여.”
“알았다. 암튼 여러모로 애썼다..”
“나도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뭐. 사실은 나도 이번 집합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 수창이 니가 그 녀석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니 께.”
“아무튼 그래, 이번 기회에 엉아가 하는 거 잘 보고 배워 둬....... 암튼, 내일 두 시에 보자. 잘 자라.”
“그래, 너도 잘 자.”
탁재현에게 각 남녀고교의 노는 아이들에게 통보를 해서 곧 3학년에 올라갈 2학년 아이들만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주선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그게 이렇게 쉽게 성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재현이 녀석 자체부터가 이미 성인 폭력조직의 똘마니 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임은 불문가지다. 아무리 학교에서 노는 아이들의 기세가 당당하다 해도, 감히 성인 폭력조직 똘마니의 위세를 넘볼 수는 없는 일이니까. 더군다나 그 무섭다는 스라소니 녀석의 출두 명령인 바에야. 흐흐흐! 재현이 녀석과 그렇게 만족스럽게 통화를 끝내고는 이번엔 또 인철이 녀석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녀석 역시도 미리 전화통 옆에 대기하고 있었는지 곧바로 전화를 받는다.
“나여 수창이다.”
“기다리고 있었어.”
“방금 재현이하고 통화를 하니 께 준비가 다 됐단다. 그러니 너도 내일 두 시까지 꼭 나와야 혀?”
“알고 있어. 내가 안 나가면 누가 나갈 껴? 그런데 너 말이여, 애들한테 정말 그거 보여 줄 껴?"
“꼭 그래야겄지. 그래 놓는 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을 테니 께.”
바로 호정무(虎正武)를 말하는 것이다. 탁재현과 정인철은 내가 창시한 무술이 호정무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들이기도 하다. 왜냐고? 그거야 어머니뿐만 아니라 일가친척들, 학교 아이들, 심지어는 내 여자들에게조차 절대 말 해 준 적이 없기 때문이지. 낯 뜨겁게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걔들에겐 어떻게 먼저 그런 얘기를 꺼냈냐고? 그건 말이다. 인철이 녀석의 경우, 무협소설속의 사대문파나 팔대문 파가 실제로도 존재한다고 믿는 순진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무협소설에 미치다 못해 학교까지 땡땡이 치고서 몇 날 며칠을 만화방 구석에 쑤셔 박혀 있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몽둥이와 빗자루를 들고 쫓아온 제 부모한테 묵사발이 되게 터지기도 했다는 녀석이다. 재현이 녀석 역시 그에서 크게 다를 것 없는 녀석인 것이고.
“나도 정말 기대가 되는 디?”
“그려? 내일은 정말 너도 첨보는 동작이 있을 껴. 너무 놀라지나 말어.”
“새로운 동작을 또 개발한 겨?”
“그려, 이번 건 정말 놀라운 동작이 될 겨.”
아닌 게 아니라 반지의 힘을 빌어 실제 무협지 속에 등장하는 신비한 동작을 펼쳐 보이게 된다면? 흐흐흐!
“그럼 잘 자라. 내일 시간 맞추어서 나오는 거 잊지 말고.”
“알았어. 너도 잘 자!”
전화를 끝내고, 다시 여관방으로 돌아와 보니, 예상대로 가출소녀가 제 시간에 맞추어 이제 막 깨어나고 있는 참이었다. 돌아올 시간에 맞추어서 깨어날 수 있도록, 가볍게 혈을 짚어 놓고 나갔던 것이다. 딱! 파! 화상은 역시 변태!
“으음!”
“우리 공주님, 깨어났어요?”
“오빠, 여기가 어디야?”
“여관방!”
“?”
“공원에서 너가 갑자기 정신을 잃는 바람에 이리로 데리고 온 거야.”
“아 참 그랬었지. 오빠하고 나 하고 같이 공원에 갔었지? 허헉! 그 그런데?”
“왜?”
“그거 말이야. 오빠 하고 나 하고 그거 말이야. 오빠 그 그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 아 그거 스카이 콩콩 놀이?”
“그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나는 지금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오빠 혹시 초능력자야? 아니면, 요술쟁이? 아니야. 이건 말도 안 돼. 요즘 세상에 초능력자가 어디 있고, 요술쟁이가 어디 있단 말이야. 오빠 속 시원히 설명 좀 해 봐.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디서 속임수 마술이라도 배운 거야?”
하기야, 나 같아도 가출소녀 만큼이나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
“알았어. 설명을 해 주지.”
한참동안을 신기했던 스카이 콩콩 놀이의 소종래(所從來)를 열심히 피력 해 주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아이도 언젠가는 다 알게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가출소녀의 얼굴표정이 시시각각으로 어떻게 변해갔을지는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겨두기로 한다.
다음 날 오후,
희와 나만의 은밀한 만남의 장소였던 바로 그 공터. 도시 변두리 옥계동의 그 한적한 천변(대전 천)희 공원. 늘 을씨년스럽고 썰렁하기만 하던 그 장소가 모처럼 난장(亂場)처럼 북적거리는 모습을 연출 해 보이고 있었다. 아마도 공터가 생겨 난 이래로 처음 보게 되는 장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역시, 근처 동네 주민들의 모습은 전혀 눈에 뜨이지가 않는다. 희와 내가 몰래 만나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그 때처럼, 근처 동네 사람들은 이 한적한 장소를 철저하게들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까마귀 떼 같은 모습을 한 시커먼 교복 차림의 청소년들까지 마구 우글대고 있었으니 더 말 해 무엇 하리오. 물론, 사이사이 울긋불긋한 사복을 꿰입고 나온 아이들도 눈에 뜨였으나, 오히려 그런 애들보다는 연탄같이 시커먼 교복을 불량스럽게 꿰입고 나온 아이들이 대다수인 것이고, 또 그런 아이들이 오히려 더 역설적인 불량함을 내 풍기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었다. 실눈을 하고 무언가를 째려보고 있는 녀석. 개다리를 까딱거리며 껌을 좍좍 씹어대고 있는 녀석. 열중쉬어 자세로 거만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녀석. 허리춤에 손을 척 걸친 채로 침을 탁탁 뱉어내는 녀석. 어금니를 딱딱 마주치며 시계추마냥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는 녀석. 검정교복 치마를 꽉 끼어 입고는 잘생긴 호정무인의 면상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녀석, 아니 여자애들까지.
“만나서 반갑다. 나는 말이야. 너희들이 알고 있다시피 대전 상고 허수창이다. 내가 이렇게 오늘 너희들을 보자고 한 것은 우리가 곧 3학년으로 올라가는 마당에 있어서 대전 시내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껌 좀 씹는 애들에게 꼭 부탁할 말이 하나 있어서다. 그래서 평소에 이런 자리를 꼭 한번 마련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이 좀 황당스럽게 느껴지더라도 조금만 참고 내 말을 잘 경청 해 주었으면 한다. 그럼 모두 바쁘니,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나는 말이야. 평소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우리가 말이야. 아무리 학교 안에서 껌 좀 씹는 축에 든다고 해도 최소한의 인간적 기본 도리는 지켜 가면서 껌을 씹어야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말하자면, 학교 안에서 껌 좀 씹는 축에 든다고 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무조건 나쁜 짓이나 꼴통 짓만 골라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선한 짓이나 사리에 맞는 짓도 좀 섞어 가면서 그러는 것이, 보다 정도(政道)스럽고, 또 멋져 보일 거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말인 것이지. 물론, 너 따위가 뭔데 놀기에도 바쁜 우리를 오라 가라 해 놓고, 함부로 그런 요설을 늘어놓냐 하는 불만이 있을 줄 안다. 그렇다. 나는 너희들 부모도 아니고, 너희들 학교 꼰대도 아니고, 너희들 학교 대빵도 아닌, 아무 상관도 없는 타 학교에서 껌 좀 씹는 학생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만소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너희들에게 당당히 그런 것을 요구하고 싶은 것이다. 왜?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니까. 좋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해도 끝까지 삐딱한 생각을 갖는 애들이 있을 것이다. 단, 그런 애들은 나중에 조용히 나와 만나서 따로 결산을 봐야 하겄지. 협박이라고 해도 좋다. 공갈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내 생각이 협박이고, 공갈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협박과 공갈행위를 단호하게 실천 해 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거나 귀찮게 됐네 하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에 속하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말이 자꾸 길어지는데, 그럼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뭔지를 얘기 해 보도록 하겄다. 첫 째, 앞으로는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약한 동료 학생들이나 후배 학생들을 괴롭히는 짓을 삼가 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모자를 벗어들고, 돈 추렴 하는 행위를 삼가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행위야말로 명백히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다른 학생의 돈을 갈취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교사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대들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여교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희롱 행위는 삼가야 한다. 그러한 행위 역시 명백히 성추행 내지는 준 강간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넷째는 성인들 범죄 단체 흉내를 내어 패거리 내지는 파 같은 것을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이른 바, 바이킹이라고 하는 패거리 조직이 하나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나는 절대로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나부터가 3학년이 되기도 하니, 후배들한테 솔선해서 모범을 보이겠다 이 말이다. 그러니 너희들 역시도 학교 안에서 절대로 그런 패거리니, 파 같은 것을 조직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또 너희들이 이제부터는 학교 안에서 최고 상급생이 될 터이니, 기존에 구성되어 있던 파라든지, 패거리 조직도 무조건 해체 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행위가 아주 오래도록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기를 바라고 싶다.”
웅성웅성!
불만이라 이거지? 하기는 이렇게 일장연설을 하면서도 나 스스로가 지금 이런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는 하다. 나 따위가 뭔데 감히 다른 학교 애들을 강제로 집합 시켜 놓고, 이렇게 노가리를 까고 있는 것인가? 일당도 안 주는 주제에 말이지. 내가 무슨 경찰서장이라도 돼? 문교부장관이라도 돼? 교육감이라도 돼? 장학사라도 돼? 아니면, 학생과장이나 교장 선생이라도 돼? 아니다. 단 하나도 해당 되는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바쁘게 껌 씹는 애들 억지로 불러 모아놓고, 멋대로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고 있을까? 거 참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기왕에 이렇게 애들을 집합 시켜 놓았으니, 하던 얘기는 마저 끝내야 할 테지. 불알달린 녀석이 되어가지고, 일단 한번 까 내린 연장, 모래 구멍이라도 쑤셔 봐야 할 거 아니여. 딱! 파! 화상, 미성년자들도 많이 읽고 있으니 그런 야한 표현은 자중하고. 알았어 짜샤!
그나저나 점점 커져가는 웅성거림과 반발을 일거에 잠재워 버리기 위해서는, 이르긴 해도 그 얘기까지 들려주어야 할 듯싶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 알게 될 일이고 말이여.
“웅성들 거리지 마라. 내가 학원 내 폭력조직결성을 금지시키려 하는 이유는 바로 성인폭력조직, 유성 학하리 파 자체를 내 수중으로 걷어 들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 폭력조직 역시도 근본적으로는 보다 건전한 모임조직으로 변화 육성시킬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이 대전바닥에서는 건전한(?) 성인폭력조직 외에는 여타 폭력조직 결성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이지. 그렇다면, 학원 폭력조직 역시도 애초부터 싹을 잘라낼 것이 아니라, 그냥 건전한 쪽으로 변신을 하게 하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줄 안다. 하지만, 공부하는 학교 내에서 학생폭력조직을 결성한다는 것 그 자체부터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학원폭력조직이 제 아무리 건전한 쪽으로 변화가 된다고 해도 그 한계가 있기 마련임으로, 애초부터 패거리 결성 자체를 불허하는 것이 지극히 정도에 맞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한결 더 높아져 있다. 하지만 이 번 웅성거림은 불만과 반발의 웅성거림이 아닌, 놀람과 감탄의 웅성거림임을 나는 안다.
“그래, 너희들이 그렇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떻게 일개 한 사람이, 그것도 어린 고삐리가 그 무서운 성인 폭력조직을 대적하고, 또 접수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지. 도대체가 그게 가당키나 할까 하고 말이지. 하지만 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그건 말이지, 내가 가진 능력으로 충분히 그런 자식들 쯤은 단숨에 제압을 해 버릴 수 있다는 필승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고, 또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들도 더불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학하리 파 그 자식들이 진작부터 내게 도발을 걸어 왔다는 사실이다. 우연히 알게 된 술집 여자가 한 사람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술 집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도 빚 때문에 그 구렁에서 빠져나오질 못한다고 내게 사실 고백을 해 주더군. 그런데 그 빚이라는 게 알고 보니, 정말 엉터리더라. 그래서 내가 빚이고 뭐고 깡그리 무시하고, 당장 그 술집을 박차고 나와 버리라고 시켰던 거지. 또 실제로 그 여자를 데리고 도피 행각도 했던 것이고. 그 뒤로부터 그 자식들이 앙심을 품고, 가는 곳마다 내 뒤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려 들더라. 심지어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사람들까지 괴롭히기 시작한 거지. 바다로 가면 바다로 쫓아오고, 산으로 가면 산까지 쫓아오더라. 말 그대로 거머리가 따로 없더군. 내 생각엔 그 자식들이 나를 끊임없이 귀찮게 해서 서서히 피를 말려 죽일 작정을 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자식들이 나 하고 몇 번씩이나 정면으로 맞붙어서도 크게 재미를 못 봤었거든.”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어느새 싹 걷히고, 그저 쥐 죽은 듯 내 말만 경청하고 있다.
“그리고 또 그 자식들은 내가 아는 어떤 소녀를 납치하기까지 했다. 그 아이를 남원역 앞에서 납치 해 버린 거야. 왜냐고? 바로, 그 소녀를 미끼로 해서 나를 암매장 시켜 버리려고 말이지. 암매장이라고 하니까 너희들은 무슨 국어 시간에 배운 비유법인줄로 알겠지만, 그런 암매장이 아니고, 실제 사람의 몸뚱이를 죽여서 땅에 파묻는 그런 암매장 말이다. 너희들은 지금 내 말이 믿겨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자식들은 너희들이 상상도 못하는 그런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단 말이지. 또 그 자식들과 비슷한 다른 인신 매매단 부류들 역시도 마찬가지고. 한번 자신들이 찍은 사람은 거머리처럼 따라 붙기도 한다. 필요하면, 납치 강간까지 서슴지 않는 게 녀석들의 속성인 것이다. 게다가 어떤 놈들은 살인도 밥 먹듯이 한다고 한다. 요즘 들어 부녀자 납치와 실종사건, 암매장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거 너희들도 잘 알지? 그것도 역시 다 그런 자식들하고 연관이 되어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는 것이다. 바로 그런 성인 폭력조직세계의 근본적인 불합리와 추악함을 근절시켜 놓기 위해 내가 이렇게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갑자기 말을 끊었다. 차마 더 이상 희 이야기까지는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희야.
“와!”
“어머!”
“고맙다. 호응들을 많이 해 줘서. 아무튼 나는 최대한 빨리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테니까, 너희들은 좀 전에 내가 말한 것들, 그것들을 꼭 좀 실천 해 주기 바란다. 여담이지만, 나 같은 경우 역시 너희들처럼 학교 안에서 껌 좀 씹고 있는 처지이지만, 학업 역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굳이 자랑을 해 보자면, 전교 10등 안에는 꼭 든다 이 말이지. 미안하다. 잘난 척 해서. 아무튼, 내가 부탁한 사항들, 꼭 좀 실천 해 주기 바란다. 더 이상 우리 대전 시내 고등학교에서만큼은 힘 약한 동료들이나 어린 후배들이 힘 센 동료들이나 선배들한테 부당한 폭력을 당하거나 갈취를 당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 이렇게 누누이 부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소리가 들려오면, 그 땐 내가 절대로 용서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알아들었지 모두들?”
희 너를 위해서라도 내가 꼭 이 녀석들을 바른 길로 인도 할 거야. 그리고 학하리 파 그 자식들을 꼭 내 수중 안으로 거두어들이고 말 거야.
“와아!”
“대 대단!”
“어쩜!”
“세상에!”
아이들의 감탄 소리가 여기저기 희 공원 가득 흘러넘쳐가고 있었다.
[글쓴이 여담]
한국 땅에도 미확인비행물체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93년도에 촬영 된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의 가평 미확인비행물체 사진도 그렇고, 최근에는 대전 지역에서도 미확인비행물체 현상이 수차례 목격된 바 있지요. 또 서울 상공에서 촬영 된 아주 선명한 미확인비행물체 사진이 인구에 크게 회자 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소설 ‘잎새의 떨림’에서 미확인비행물체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가평 사진을 계기로 해서 외계에서 날아 온 미확인비행물체 현상이 더 이상 거짓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된 때문이지요.
소설 ‘잎새의 떨림’은 2004년에 처음 ‘아래층 여자’ 라는 제목으로 쓰여졌던 소설입니다. 그런 소설을 요즘 이렇게 제목까지 바꿔가며 다시 개작을 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눈 코 뜰 새 없이 생업에 몰두하다 보니, 더 더군다나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열심히 개작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고마우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밝히고 싶은 비밀은, 저 역시 실제로 미확인비행물체 현상을 두 번씩이나 경험하고 목격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지리산 서북능 종주 중에 만복대 근처에서 우연히 미확인비행물체 현상을 경험했었습니다. 만복대 주변 풍경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천지가 번쩍하더군요. 마른하늘에 번개가 친 것도 아닌 데 그랬습니다. 그리고서 희한한 사진 두 장을 발견했습니다. 사진 하나는 왼쪽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 사진이었고, 또 한 사진은 희미하게나마 비행접시 모양을 한 물체의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을 가지고 미확인비행물체 연구 단체에 사실 확인을 해 보았던 것이죠.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약간 회의적인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 입장이라도 그랬을 겁니다. 왼쪽 하늘 한 구석만이 시커멓게 변하 거 하며,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희미한 물체의 사진하며 명백한 증거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제가 그 때 미확인비행물체 현상을 경험했던 것이라고 말이지요. 이런 저런 정황을 보았을 때, 모든 사실이 분명한 것입니다. 게다가 누리세상(인터넷)을 검색 해 보니, 저 말고도 지리산 만복대 근처에서 미확인비행물체 사진을 촬영한 사람이 두 엇 더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는 더 더욱 확신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경험은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동에 소재한 금강 둔치 상에서 금강철교 사진을 찍을 때였습니다. DSLR 사진기를 삼각대에 거치하고서 금강철교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화면 왼쪽 귀퉁이 위에 검은 점 하나가 계속 잡히더군요. 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십여 분 이상을 계속 화면 속만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혹시 헬기가 그 쪽 하늘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헬기가 아무 이유도 없이 한 자리에 그대로 십여 분 이상을 계속 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지요. 무슨 산불을 진압하는 것도 아니고, 인명을 구조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크게 확대를 해서 보니, 희미하게나마 솥단지 같은 물체의 형상이 그려지는 것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께도 그 모습을 한번 공개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바로 그런 저런 확신을 이유로 해서 소설 ‘잎새의 떨림’에서도 허수창이 외계 미확인비행물체와 조우하는 장면들을 과감히 설정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 소설 속에서 외계 미확인비행물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적 존재라고 한 것은 물론, 저만의 소설적 상상에 불과합니다. 그 점을 감안하시고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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