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9. 08:46ㆍ허세창수필

내 생애 최고의 날
(서기 2,000년 만 38세에 처음 집 장만을 했던 기쁨을 여기에 쓰다.)
올해 1월 15일은 정말, 내 생애에 있어 최고의 날이자 가슴 훈훈했던 날이 아닌 가 한다. 바로, 그 동안 고대하고 고대했던 내 집을 장만 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 날 나는 정말, 스스로의 살을 마구, 꼬집어보기까지 하면서 마구 벅찬 감동까지 맛보았었다.
돌이켜 보면, 그 동안은 그 얼마나 각고의 세월이었던가. 특별히 가진 기술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남들보다 학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나였으니, 가는 곳마다에서 문전 박대를 받기가 예사였었고, 그나마도 어렵게 구하게 된 직장에서 처음으로 받게 된 소중한 박봉의 월급이나마, 어떻게 해서든 집을 장만하기 전까지는 최소한도로 아껴보자는 심정에서 그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도보나 자전거로만 출퇴근을 했던 나였었다.
물론, 이제야 집 한 칸 장만한 것을 가지고 그 무슨 호들갑인가 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 동안 그 집 한 칸 장만하는 것이 정말, 너무나도 벅차고 힘든 일이었다. 남들 다 쉬는 날에도 놀지 못하고, 또 입고 먹고 자는 모든 것에서 그저, 내핍 생활로만 일관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내 부모님 편하게 내 집에서 남 눈치 안 보고 모셔 보자는 것, 바로 그 하나의 목적에서였던 것이다.
다시 생각 해 보면, 지난 시절 내가 객지에서 생활하며 월급이라고 받은 150 만원 돈에서 고향 부모님 생활비로 30만원 부쳐드리고 나면, 남는 돈 120 만원. 나는 거기서 거의 100 만 원 돈을 저축을 하고 남은 돈 20 만 원 정도를 가지고 생활을 했던 날들이었다. 물론, 결혼 못한 노총각의 신세로서 홀홀 단신의 몸이었기에 그런 생활도 능히, 가능했으리라. 하기야 석 달에 한 번씩 나오는 80 만 원 돈 상여금이 있었기에 그런 생활이 더 더더욱 가능했겠지만,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그 상여금 80 만원 돈과 다달이 저축하고 남은 생활비 20 만 원 돈도 아까워서 다 쓰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통장에 집어넣었던 기억까지 난다.
그럴 정도로 지독하게 구두쇠 생활을 했으니, 옷은 거의 일 년에 한 두 벌 사 입을까 말 까한 생활이었고, 먹는 것 역시도, 회사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해 가며 먹게 되는 두 끼 식사에 만 거의 의존을 할 정도였었다. 물론, 고향에서 어머니가 올라오실 때만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니, 결혼 상대자를 만나기 위한 여자와의 데이트는 언감생심 꿈도 꾸어 보지 못했었고, 어쩌다가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맞선을 보게 된 경우에도 동생 녀석의 낡은 자가용을 빌려서 사용을 한다거나 그 데이트 비용마저도 미리 5 만원 한도로 정해 놓고서 그 범위 내에서만 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지독한 녀석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불가사의한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고생을 해서 이제 이렇게 작은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과거의 그 때처럼 너무 지나치게 인색한 삶을 살지는 않으리라 다짐도 해 보는 것이다. 사람의 삶이란 것이 고작 칠 십 한 평생인데, 나이 사십이 다 넘도록 이런 고난스러운 생활을 계속 해 온 내 자신이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애처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 부쩍 그런 생각이 더 들게 된 것은 그간에 목격하게 된 모 재벌 그룹 회장의 자살사건이나 얼마 전의 다른 재벌 그룹 회장 딸 자살 사건들을 보고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 돈 걱정 안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훌쩍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 인간들이 느끼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나는 비록, 그 동안에 많은 고생을 겪어오긴 했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내 집에서 함께,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돈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하게 수중에 지니고 있을 때에나 유용한 것이지, 너무 지나치게 적게 갖고 있거나 또, 지나치게 많이 지니고 있어도 오히려, 그것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요즘 새삼, 더욱 더 절감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2005.12. 허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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