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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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출 이야기
가출 이야기저는 청소년 시절에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 부모님을 속이고 무작정 가출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비 몇 푼만을 손에 쥐고 대전역을 떠나 서울역에 내리니 반겨주는 이가 하나도 없더군요. 바로 그 날 이후로 서울거리에서의 방황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좀도둑으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어울리게 되어 몰래 남의 집 담장을 엿 보다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그냥 돌아 나왔던 일. 지나가는 중 고등학생 아이에게 돈을 좀 달라고 했다가 되려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았던 일. 또,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서 몰래 빠져 나오려다 주인에게 들켜 호되게 야단을 맞았던 일. 말 그대로 철부지 어린 소년의 어설픈 가출 행각은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었지요. 그러나 가출 열흘째가 지나가면서부터는 더 이상 배가 고파 ..
2025.02.23 -
[詩文]겨울의 길목에서
[현대시]겨울의 길목에서 花, 낙엽의 시간이 다 지나가면, 다시 하얀 눈의 계절입니다.우리는 언제나 많은 날들을 그렇게 지나왔지요.花, 기억하나요. 함께 거닐던 그 가로수 길을.그리고 내게로 향하던 당신의 그 따뜻한 미소까지도.花, 나는 조용히 혼자 이렇게 그 때의 그 길을 걸어봅니다.그러면 내려오는 비.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이 비는 여기저기 나무 가지들 사이로 후드득 후드득 흩어집니다.그리고 당신을 향한 내 작은 물빛 그리움마저.花, 나는 또 다시 이 거리의 끝에서 가만히 생각합니다.그러면 쓸쓸하게 흔들리는 저 희미한 불빛들이아픈 그 기억만큼이나 초라하게, 초라하게 흩어집니다.낙엽 그 고독함만큼이나 쓸쓸하게, 쓸쓸하게 여울집니다. 2009.03.18. 허세창
2025.02.22 -
[단편소설]백일몽
[短篇小說]白日夢許世昌 作 나의 죽은 영혼은 지금, 색다른 느낌으로 평면세상의 바로 위에 와 있다. 그리고 이 곳에 사는 이들과 모든 사물들을 마치 무슨 전지전능한 조물주라도 된 양, 느긋한 시선으로 음미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평면 세상속의 존재들은 내 영혼이 지금 자신들의 바로 머리 위에 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평면적인 사고만을 하고 평면적인 사랑을 하며, 평면적인 일상사를 꾸려가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내가 볼 때 저들 역시도 기쁨이라든지 슬픔, 때로는 분노나 자제, 그리고 성실성 내지는 나태함이라고 하는 생명체의 일반적인 기질들을 함께 지녀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영혼은 다시 저기 평면 세상 ..
2025.02.19 -
[장편소설]잎새의떨림14
14 나는 지금 살아 있는가?도대체 무엇을 위하여?과연, 그 무엇을 위하여? 이 거친 세상 속에서 그 무엇을 위하여?승주, 지금은 세상 모든 만물들이 더 할 수 없는 고요함으로 끝없이 침잠 해 드는 시간승주, 이런 밤이면, 나는 또다시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지친 이 영혼을 끝도 없는 하얀 밤으로 울어야 한다.마치, 저 숲 속 이름 모를 밤새의 흐느낌처럼승주, 그리고 다시 여명의 시간.사나운 바람이 새벽 창문을 흔들고 갈 때,너로 인하여 밤새 시달린 초라한 이 영혼마저도 통곡 속에서, 통곡 속에서,아스라이, 아스라이 끝없이 흔들려간다.(스무 살 승주에 미쳐있던 열네 살 수창의 횡설수설 중) 꽉 끼는 청바지에 분홍색 간편 면상의, 왼손엔 몇 권의 책을 든 여대생 차림의 예쁜 여자하나가 막 내 앞으로 걸어..
2025.02.18 -
[영상]잎새의떨림 1분감상
https://youtu.be/rt-N1EeSMRw?si=3rfsWM0BCFojHlIl 나무 잎새가 흔들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언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 자신이 선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니, 이 세상을 좀 더 착하고 엄숙하게 영위 해 가야겠다는 경건한 생각이 키워집니다.
2025.02.17 -
[사진]파도
2023.10.06. 09:46:43 Samsung Galaxy A23 허세창 대한민국 강원도 속초 해변 오랜 세월을 하염없이 역동해온 파도의 힘찬 움직임. 내 삶 역시 언제까지나 그러한 삶이고 싶습니다.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