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8. 09:36ㆍ허세창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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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살아 있는가?
도대체 무엇을 위하여?
과연, 그 무엇을 위하여?
이 거친 세상 속에서 그 무엇을 위하여?
승주, 지금은 세상 모든 만물들이
더 할 수 없는 고요함으로 끝없이 침잠 해 드는 시간
승주, 이런 밤이면, 나는 또다시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지친 이 영혼을 끝도 없는 하얀 밤으로 울어야 한다.
마치, 저 숲 속 이름 모를 밤새의 흐느낌처럼
승주, 그리고 다시 여명의 시간.
사나운 바람이 새벽 창문을 흔들고 갈 때,
너로 인하여 밤새 시달린 초라한 이 영혼마저도
통곡 속에서, 통곡 속에서,
아스라이, 아스라이 끝없이 흔들려간다.
(스무 살 승주에 미쳐있던 열네 살 수창의 횡설수설 중)
꽉 끼는 청바지에 분홍색 간편 면상의, 왼손엔 몇 권의 책을 든 여대생 차림의 예쁜 여자하나가 막 내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그렇게 아주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긴 생머리, 갸름한 얼굴, 곱고 새하얀 피부, 날씬한 몸매를 가진 모습에 저절로 눈이 갈 수밖에 없던 참인데, 그녀 역시 계속 나를 응시하며 직선으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과거 같으면, 예쁜 여자의 그런 노골적인 시선에 당황하며 먼저 눈길을 피하곤 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나 역시 여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끈적끈적 질기게 맞 쏘아 주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서로의 시선이 허공중에서 엿가락처럼 꽉 뒤엉켜 있는 상황이라고나 해야 할까.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되는 거지만, 거리에서 시선이 한번 뒤얽힌 여자는 내가 먼저 그 얽힘을 풀어내지 않는 이상은, 그 쪽에서 먼저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여자들이 의외로 이렇게 대범하고 씩씩한 면이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남자들보다 더 화끈한 면이 있다. 특히, 나처럼 면상 반반한(?) 사내들에게는 확실히 더 그런 것 같다. 왜 오래도록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지금의 이 여자 역시도 바로 내 곁을 스쳐가면서까지 계속 끈적한 눈길을 풀지 않는다. 나 또한 이 얽힘을 결코 풀어버리고 싶지가 않다. 모처럼만에 다시 또 눈 안에 들어오는 여자를 발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얽힌 눈길을 풀고, 각자의 갈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결국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서로를 지나쳐 보낼 수밖에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용무도 없는데, 다짜고짜 허리를 부여잡고 가지 말라 매달릴 수도 없지 않은가. 바로 이게 문제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그렇다. 용기를 내어 뒤로 돌아를 실천 한 뒤 무조건 남자가 먼저 여자를 뒤쫓아야만 한다. 반드시 남자가 그렇게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서로 눈이 맞은 남녀 사이에 묵계로 통하는 최초 길거리 만남의 법칙인 것이다. 물론, 여자가 먼저 그렇게 해 줄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헤픈 여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여자들이 먼저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그 잘난 인습 때문에라도 섣불리 그러지를 못하게 되어있다. 바로 그런 까닭으로, 여자 앞에서 유독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내들의 경우, 길거리에서 여자들을 꼬신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나 역시도 주미와 주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었다. 낯간지러움도 그렇지만, 유독 여자 앞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성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 망설임 따위란 없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자신 있게 이렇게 뒤꽁무니를 쫓아갈 수가 있게까지 된 것이다. 고마워 주미야, 주희야. 다 너희들 덕분이여. 너희들 아니었으면 어떻게 천하 샌님에 불과했던 내가 이토록 뻔뻔한 카사노바가 될 수 있었겠니? 내친 김에 서울로 상경하여 우리 승주 공주님한테도 뻔뻔하게 낯짝을 들이밀어 봐? 말어? 딱! 파!
여자의 발걸음 속도가 이미 약간 늦추어져 있는 상태다. 내가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 눈치 채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뒤를 돌아보지는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자신이 헤픈 여자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는 여자로서의 본능 내지는 우려감 때문이리라. 어쨌든, 이런 느낌, 분위기 정말 좋다. 이럴 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마구 설레기까지 한다. 이런 설렘이야말로 사람으로 태어나서 느껴볼 수 있는 수 만 가지 설렘 중에 가장 큰 백미가 아닐까? 그동안 수없이 많은 예쁜 여자들과 길거리에서 눈이 마주치면서도 쑥스러운 마음에 그냥 떠나보내야만 했던 한심한 지난 세월들이여! 아, 그 여자들 다 어디 간 겨? 그 아까운 여자들 다 어디 갔냐니께? 딱! 파!
그런데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된 것이지만, 빼어난 미모의 여자들 보다는 오히려 수더분한 미모의 여자들이 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던져 올 때가 많은 것 같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자들의 경우, 정신없이 내게 시선을 던져 오다가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는 듯, 느닷없이 시선을 거두어 버리고는 관심 없다는 듯 한 표정을 일부러 지어 보이며 총총히 제 갈 길로 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속으로는 저 남자가 자신들의 꽁무니를 쫓아와 주기를 강력히 희망하면서 말이지. 말하자면, 내가 이토록 빼어나게 예쁜데, 존심 빠지게 왜 그랬지? 하는 그런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수더분한 미모의 여자들 경우, 대개 그런 경우가 없다. 한번 나와 시선이 얽혀 버리면, 절대로 먼저 얽힌 시선을 풀어내려 하지 않는다. 물론 걔 중에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부류들도 많이 있다. 그런 여자들은 처음부터 체념이라도 한 듯이 아예 눈길을 마주치지도 않으려 하는 축과, 설사 눈길이 마주쳤다고 해도 곧바로 시선을 거두어 버리고는 총총히 제 갈 길로 가 버리고 마는 축으로 나누어진다. 아, 그런 경우는 수더분한 미모의 여자들과 완전 구제불능급 여자들 모두에게 함께 해당이 되는 이야기다. 어찌됐든, 처음에는 나도 여자들의 그런 시건방진(?) 태도에 대하여 약간 기분이 언짢았었다. 퀸카도 아닌 주제에 감히 나 같은 킹카를 튕겨? 하는 그런 오해 내지는 착각 때문이었다. 그녀들 자신은 결코, 내가 저어가 되어서 그런 태도를 표명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그 때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밖에 없는 그녀들 자신으로서도 속으로 그 얼마나 제 가슴을 쥐어뜯었을 것인가. 지들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이여. 일생일대의 아까운 바지 하나 놓친 거 같애! 이를 어쩌지? 하고 말이다. 화상, 너 너무 상상력이 풍부한 거 아녀? 짜샤, 나 지금 없던 일 지어내는 거 아니란 말이여. 그려, 니 팔뚝 굵다. 그라고 너 왜 외래어 남용하냐? 킹카는 뭐고 퀸카는 뭐여? 미안하다 짜샤.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조심할게. 그랜 마 조심 혀. 한 대 맞고. 딱! 파! 후다닥! 짜샤! 너 이 새뀌이!
아닌 게 아니라 이러한 내 느낌을 며칠 전, 인철이 녀석에게도 심심풀이 삼아 언급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인철이 녀석은 무언가 상당히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만 쩍쩍 다시는 것이 아닌가. 제 딴에는 잘난 체 하는 놈의 눈꼴 신 짓거리가 참 못마땅하다는 생각의 발로였으리라. 그 녀석 요즘 주미 때문에 엄청 몸 달아 있다가, 도저히 가망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퍽이나 낙담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가련한 녀석! 설사 친구 의리로 주미를 너한테 덥석 안겨 준다고 치자. 하지만 주미 자신부터가 너한테는 관심조차 없는데 난들 어쩔 것이냐 이 말이여? 게다가 네 녀석은 명기를 제대로 다룰 능력도 못 되잖냐 이 말이여? 결정적인 것은 나 스스로도 그 기막힌 명기 여자를 다른 사람한테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 말이시. 인철이 니가 아무리 나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쳐도 명기 여자를 만나기가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냐 이 말이시? 그것도 여신 급 미모를 겸비한 명기 여자를 말이여? 그러니 인철아, 일찌감치 꿈 깨고 빨리 다른 여자 찾아 봐라. 양키 놈들 표현으로는 바다에 널린 게 물고기라고도 하잖여. 혹시 아냐? 주미보다도 훨씬 기가 막힌 명기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주워 올리게 될지? 물론, 그런 소식이 들리면, 이쒸! 인철이 너 이 자식, 그 명기 당장 대빵한테 헌상 안 혀? 하며 홀라당 낚아 채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여. 딱! 파! 화상, 이젠 네 친구 물건까지 강제로 빼앗으려 드냐? 이쒸! 내가 언제 친구 물건 빼앗는다고 했어? 명기 가진 여자 빼앗는다고 했지? 그러냐? 알았어 꼬르륵! 저 자식이 증말!
그나저나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겨? 뭐 하다 말고, 자꾸 이렇게 엉뚱한 야그만 지속하고 있는 겨? 그렇지. 나 지금 대산다방 통통녀, 바로 장옥자를 만나 보려던 생각을 급히 거두고, 발길을 돌려서 길거리에서 눈이 맞아 버린 어떤 여자의 뒤를 졸졸 쫓아가고 있는 중이지. 그럼 열화 같은 독자들의 성화에 힘입어 여자의 뒤를 계속 쫓아가 보기로 하겄습니다요 네네.
물론, 이 여자는 특 여신 급 미모 종인 김승주(혜은이)나 그냥 일반 여신 급 미모 종인 공주미, 공주희에 비해 볼 때 격이 약간은 떨어지는 종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준 여신 급 미모 종이라는 말이시. 그런데 왜 굳이 시간 낭비 해 가며 그런 종을 따라 가고 있는 거냐고? 말하지 않았는가. 수더분하게 예쁘다고. 예쁘다는 것 그 자체가 절대로 중요한 거란 말이시. 게다가 우리는 지금 서로 눈까지 맞아 버렸잖아. 다시 말하지만, 수더분한 미모의 준 여신 급 여자라고 해서 절대로 호감이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 이 말씀이시. 사내들에 따라서는 오히려 특 여신 급이나 일반 여신 급 미모 종 보다도 그런 수더분한 준 여신 급 미모 종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이 말이시. 왜? 그야 부담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질 수도 있으니까. 바로 그래서 나 역시 이렇게 수더분한 준 여신 급 미모 종에게도 기꺼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 이 말이시. 하지만 너는 김승주 같은 특 여신 급이나 공주미, 공주희 같은 일반 여신 급들만 상대한다고 하덜 않었나? 말과 행동이 다른 거 아녀? 라고 딴지를 걸어오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 절대로 그런 말 한 적 없다 이 말이시. 그리고 그럴 생각도 없다 이 말이시. 생각들 좀 해 보길. 제아무리 대흥동 얼큰이 칼국수의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한들, 때로는 구수한 삼양 쇠고기 라면역시 안 끓여 먹을 수 있냐 이 말이시? 통통녀 장옥자가 바로 그런 삼양 쇠고기 라면 같은 존재일 것이고, 저 여자 또한 바로 그런 종류일 거라 이 말이시.
(허수창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그때까지도 삼양 쇠고기 라면이 라면계의 절대 지존 자리를 유지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대략, 1970년대 초반에서 중 후반 이후까지라고 보면 된다. 그 시절 삼양 쇠고기라면 국물 맛은 요즘의 라면 국물 맛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구수하고도 독특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그 시절엔 식품 재료들이 대체적으로 오염이 덜 된 시절이서 그랬던 측면도 있다고 사료된다. 라면 재료인 밀가루 역시도 요즘처럼 유전자변형 밀가루 가공식품이 아니라, 보다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밀 재료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던 까닭에 라면 자체의 풍미가 요즘 라면보다 느끼한 맛이 덜하고 쫀득한 맛이 더 살아 있었다. 또한, 대흥동 얼큰이 칼국수의 경우 그 시절, 전국의 식도락가들에게도 크게 사랑을 받은 칼국수였다. 고춧가루가 들어 간 아주 맵고 구수한 육수 국물 위에 쑥갓이 푸짐하게 얹혀 져 나오는 얼큰한 칼국수인데, 한 그릇 거 하게 먹고 나면 대개는 얼굴에서 땀을 비 오듯 쏟게 마련이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은 칼국수 집 문을 열고 나오다가 눈앞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요즘의 얼큰이 칼국수 맛은 많이 변형이 되어 그 시절의 구수하고 얼큰한 매운맛을 좀 체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 또한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오염이 많이 된 요즘의 식재료 탓일 것이다. -글쓴이 주)
각설하고, 준 여신 급 여자의 발걸음 속도는 아까보다도 더 많이 늦추어져 있다. 이쯤이면, 일은 이미 다 성사 된 거나 마찬가지다. 승주와 주미, 주희라고 하는 맛좋은 얼큰이 칼국수들을 내 음식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처럼. 아, 물론 승주라고 하는 특 얼큰이 칼국수만큼은 아직 현실 속의 내 칼국수가 아니다. 하지만 승주! 기다리시오. 당신 역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내 특 얼큰이 칼국수로 만들어 버릴 테니. 딱! 파! 맞아도 좋아. 나 무조건 승주가 좋아. 아, 내 사랑 승주! 그런데 승주를 혜은이라고 불러주어야 하는 것일까. 김승주, 혜은이. 같은 사람 다른 이름인데, 김승주는 본명이고, 혜은이는 예명이고. 거참 고민되네. 아니다. 비록 혜은이로 내가 처음 짝사랑을 시작하긴 했지만, 본명으로 불러주는 것이 당연한 겨. 승주 역시 그 얼마나 마음에 드는 이름이란 말인가. 김승주...... 뇌이면 뇌일수록 정말 맘에 든단 말이여. 아니여, 혜은이도 역시 맘에 들기는 하는 디. 딱! 파! 화상, 정신 차리고!
정신 차리는 의미에서 좀 더 중언부언 해 보자면, 사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특히,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더욱 그럴 것이다. 대화라는 것이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가 있어야 하는 마당에서는, 처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선뜻 말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내가 말을 붙여 보았을 때, 상대가 차가운 반응을 보여줄 것이라고 하는 지레 걱정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내가 계집을 갈구하는 마음만큼이나, 계집 역시도 그만큼이나 사내를 많이 갈구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화상! 닥치고 다음 야그 계속 진행 못 하겄냐? 이러다 성질 급한 독자들 다 떨어져 나가겄다. 그러냐? 어이구 지송합니다. 독자님들. 그럼 입 닥치고 하던 야그 지속 하겄습니다.
여자와 나 사이의 간격이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이제 손을 쭉 뻗으면 어깨에 닿을만한 거리다. 여자 또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감지하고 있다. 몸짓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발걸음은 아직 완전하게 멈추어지지는 않는다. 아니,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왜? 아, 그거 있잖은가. 헤픈 여자.
여자가 드디어 지하보도를 건너기 위해, 계단 밑으로 발걸음을 내려디딘다. 바지 역시 여자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계단 밑으로 발걸음을 내려 옮긴다. 그렇게 계단을 다 내려간 후에도 여자는 여전히 앞만 보고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간다. 잘생긴 바지 녀석이 이제나 저제나 제게 말을 걸어 올 때만 기대하면서 말이지. 마침내 지하보도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서고 마는 여자. 그리고는 사뿐히 몸을 돌려 바지를 응시하기 시작하는 여자. 다른 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내숭 연기 이쯤이면 되었다는 표시일 테고, 더 이상은 헤픈 여자로도 봐 주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선 듯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매우 여유 있는 표정의 여자 모습. 홍조라든지 내외의 몸짓 따위는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말이여. 이 여자 너무 대담한 거 아녀? 어쨌든 대담녀에게 바지가 먼저 살짝 썩은(?) 미소, 이른 바 썩소를 날려 줘 본다. 기다렸다는 듯 만족한 미소로 화답을 해 주는 대담녀. 얼마나 바지가 마음에 들었으면, 저토록 대담할 수 있는 것일까. 거의 주미나 주희 급인데? 그녀들 역시도 처음부터 아무런 내외 없이 바지에게 군침을 흘렸었지. 아무튼 이심전심. 여기서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이고 자시고 할 것인가.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이렇게 직빵으로 통해 버린 이상, 씨잘데기 없는 군더더기 절차 따위 아무런 필요가 없다.
따라오겠냐 라는 신호를 보내주니,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 해 보이는 삼양 쇠고기라면. 누가 보면, 마치 아주 오래된 연인 사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자리에서 당장 무슨 일을 저질러 버려도 여자가 다 받아 줄 거라는 강한 자신감마저 우러난다. 미친 척하고, 저 석류 속 같은 입술을 강하게 훔치고 말아? 딱! 파! 물론, 그건 안 되고 그 대신으로 아주 자신감 있게 여자의 가녀린 손목을 덥석 감아쥐고는 몸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겨 본다. 예감대로 손을 빼지 않는다. 이젠 됐다. 경기 끝난 것이다. 딱! 파! 보다 자신감 있게 지하보도의 계단 위로 여자를 이끌어 간다.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강아지처럼 졸졸 잘 따라붙고 있는 삼양 쇠고기라면. 그나저나 여자 꼬시기가 이리도 수월하단 말인가? 이건 뭐 누워서 오징어 씹기보다도 더 쉽지 않은가? 이렇게 쉬운 것을 왜 나는 여태껏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중의 하나로만 치부해 왔던 것인가? 비록, 주미와 주희를 아주 손쉽게 거두어들이긴 했지만, 좀 전까지만 해도 정말 될까 하는 일말의 의구심을 지니고 있던 것도 솔직한 심정이긴 하다. 하지만, 이젠 정말 확실해졌다. 마음에 드는 상대방이라고 한다면, 남자보다 오히려 여자가 더 적극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고분고분 말도 잘 듣는다는 사실을. 한참 순순히 잘 따라오고 있는 여자의 손목을 좀 더 세게 감아쥐고는 거침없이 하얀 풍차 속으로 이끌었다. 야간비행보다는 인지도가 약간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곳이다. 마침, 리틀리버 밴드의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미국 그룹사운드의 곡이다. 음악까지 보조를 맞춰주니, 더 더욱 흡족한 기분으로 여자를 후미진 구석자리로 이끌었다. 건너 편 자리에 엉덩이를 걸쳐놓기가 무섭게 여자가 먼저 풀썩 하고 웃는다.
“왜요?”
“웃기잖아요.”
“뭐가요?”
“그럼 우리 이런 모습이 안 웃겨요?”
“그런가요? 그런데 아가씨는 여기 와 본 적 있어요?”
“아니요. 처음.”
정말일까? 여대생이 이런 곳이 처음이라니. 어째 좀 이상 해.
“여대생?”
귀엽게 끄덕 해 주는 여자. 고것 참 수더분하니 보면 볼수록 이쁘네. 여대생이라니까 더 매력이 있어 보이고. 승주, 주미, 주희의 눈부신 매력과는 또 다른 나름대로의 수더분한 매력이 돋보인다.
“사실은 나도 학생입니다.”
“몇 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대학교 2학년이라고 해야 할까? 잠시 망설여진다. 사복을 입고 사모를 쓴 상태니, 외모만으로 보아서는 대학교 2학년이라고 해도 믿어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팍 삭아 보인다는 뜻은 아니고. 그만큼 나이에 비해서 조숙해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굳이 거짓말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해서 여대생을 사귀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게다가 처음부터 불필요하게 속이고 시작할 필요도 없는 일이니.
“대전상고 2학년.”
“에? 뭐?”
대뜸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눈을 둥그렇게 뜨는 여자. 그래. 저 모습 또한 많이 매력적이다. 비록, 승주와 주미, 그리고 주희의 그것에는 약간 미치지 못할지언정. 딱! 파!
“뭐가 잘못됐어요?”
“어? 아,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나는 단지......”
고삐리 녀석의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지가 당황을 하는 연상녀. 흐흐흐! 내가 본래 이런 놈이었던가? 여자 앞에서는 수줍음으로 오금조차 못 피던 놈이? 화상, 너 정말 단시일 내에 많이 용 됐다. 이건 정말 경천동지 할 일이여. 축하 한다 화상! 고맙다 짜샤! 니가 웬일이냐? 축하를 다 해 주고? 나라고 맨 날 핀잔만 주란 법 있냐? 하긴......
그나저나 이 아가씨야, 나는 단지 뭐? 내가 고등학생이라서 나는 단지 그냥 가버리고 말겠다는 거여 뭐여?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걸. 일단 내 손아귀에 들어 온 이상......
“혹시 사귀는 남자 있어요?”
“사귀는 남자?......있었지. 지금은 헤어졌지만."
어쭈! 연장자라고 말을 놔? 그래도 일단은 예의를 지켜 주지.
“선배 이름은 뭔데요?”
“선배? 내가 왜 니 선배니? 그리고 내 이름은 왜?”
이거 자꾸 왜 이러나? 이럴수록 최대한 빨리 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겠지.
“내 이름은 허수창. 선배 이름은?”
“허수창? 이름이 힘차 보이네. 좋아. 그깟 이름쯤이야. 내 이름은 유진숙, 됐어?”
“유진숙이라...... 보기 보다는 좀 평범하네.”
“그러니?”
하기야 이름이 대순가. 얼굴 이쁘고, 거시기만 맛있으면 되는 거지. 딱! 파!
“선배 학교는 어디?”
이거 지금 내가 여자를 심문하고 있는 겨 뭐여?
“나 지금, 무슨 심문 받고 있는 거 같애. 고등학생 동생은 뭐가 그리도 궁금한 게 많아?”
고등학생 동생이라고 해서 누나 동생 사이에 연애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승주와 주미는 너 보다도 나이가 많아. 딱! 파!
“학교이름은 그렇고, 음, 지방 국립 대학교.”
“공부 잘했나 보다.”
“잘했으면 이렇게 지방 대학교에나 다니고 있겠니?”
“그래도 국립 대학교인데?”
“국립대학교면 뭐해? 지방 대학에 불과한데.”
지방 대학이 어디가 어때서 이 여자야. 그런 지방 대학도 못 들어가서 부모 속 까맣게 태우는 한심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참고로 허수창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엔 전국 통틀어 4년제 대학교 진학률이 15할도 되지 않았음- 글쓴이 주)
“무슨 과?"
“불문 과.”
“불문 과? 프랑스? 특이하네. 영문 과도 아니고. 불문 과를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별다른 이유는 없고, 4년제 대학교는 들어가야겠고, 점수는 모자라고 해서 할 수없이 점수 낮아도 합격 가능한 과를 택한 거지 뭐. 덕분에 지금 학교생활 꽝이야.”
“왜?”
“그야, 적성이 안 맞아서지 뭐.”
“그럼 재수하지?”
“우리 아빠가 여자가 아무 대학이나 나와서 시집이나 가면 됐지, 재수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재수야 라고 하시거든.”
“그렇구나. 하기야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러실 수도 있겠네. 자식들 대학 가르친다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워? 돈 엄청 들잖아. 우골탑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도 아닐 테고. 물론, 국립 대학교는 좀 덜하겠지만.”
(우골탑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들이 자식들 대학 보내기 위해서 논밭 갈이에 쓰던 소까지 팔아서 학비를 대주는 경우가 많았던 현실을 빗대어 생겨난 용어임. 그 시절 시골에서 소는 재산목록 1호에 버금 갈 정도로 귀중한 존재였음. 그랬음에도 자식들 교육을 위해 기꺼이 재산목록 1호를 처분할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던 것임. 실제로 옛날 조선시대 때는 소를 함부로 잡는 것을 엄격히 금하기도 했었고, 요즘 시대에도 북한 땅에서는 소를 함부로 도축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 그만큼 오랜 세월, 소를 귀중하게 여겨 왔다는 증거임- 글쓴이 주)
“어쩜, 애 늙은이 같애. 우리 아빠보다 더 하네.”
“애 늙은이? 떽!”
“깔깔깔!”
“그런데 누나 지금 몇 학년?”
“1학년.”
“에게, 그럼 나보다 겨우 두 살 위네?”
“뭐?”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노려보는 유진숙. 뭘 놀래 이 여자야. 겨우 두 살 차이면서. 주미하고 나 사이가 몇 살 차인지 알어?
“두 살 터울이면 그냥 말 놓고 지내도 되겠다는 그런 뜻이지 뭐. 사회에서 만난 사이라면 위 아래로 다섯 살 터울도 친구로 지내는데.”
“뭐야?”
또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는 유진숙. 겨우 두 살 차이가 너무 심하군.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 해 버리고, 대뜸 쪽지에다 우리 집 전화번호를 적어서 밀어 주었다.
“우리 집 전화번호. 걸어서 내가 받으면 말하고, 우리 어머니가 받으면 그냥 끊으면 돼.”
“점점?”
“이제 친구 전화번호도 알려 줘야지. 그래야 나도 연락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
“친구? 너 정말? 싫다면 어쩔 건데?”
“오늘 집에 못 들어가는 거지 뭐. 내가 안 보내줄 테니까.”
“기 막혀 정말! 싫어, 알려주지 않을 거야.”
“그럼, 할 수 없지 뭐. 강제로 꼭 끌어안고서 못 가게 해야지 뭐. 자기 부모님 걱정 많이 하시게.”
“너 정말 웃기는 애다? 음...... 그래 솔직히 나 첫눈에 너한테 반한 거 맞아. 고딩이라는 사실에 좀 놀라긴 했지만. 이거 정말 너가 너무 잘 생겨서 적어 주는 거야. 그 대신 너무 자주 연락하지는 마. 나 바쁜 사람이니까.”
바쁘기는 쥐뿔. 결국 이렇게 알려줄 거면서. 그리고 내가 자기보다 두 살 어린 게 무슨 대수여. 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다 초월한다는 디. 게다가 주미보다도 한참 어린 게 어디서 자꾸 꺄불고 있어.
“뭐가 그리 바쁜데? 혹시, 나 말고 다른 바지 있는 거 아냐?”
“아니야. 정말 다른 바지는 없어. 거짓말 아니야. 내가 너한테 순순히 손까지 잡혀 준 걸 보면 모르겠니? 그럼 우리 이젠 나가자. 미안하지만, 내가 오늘은 급히 가 볼 데가 있거든”
“알았어. 그런데 전화번호 가짜 아니지?”
“속고만 살았나봐?”
“아님 말고.”
여자와 함께 밖으로 나와서야 비로소 차를 마시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다. 종업원들까지 잠시 정신 줄을 놓고 있었단 말인가. 어찌 됐든 차 값 굳었다. 마침 용돈도 없는 판에. 물론, 애초부터 내가 부담 할 생각도 없었지만. 딱! 파!
“여기서 그만 갈라지자. 나는 이쪽으로 갈 건데, 친구는 어디로 갈 거야?"
서두르고 있는 여자. 이유가 뭘까? 다른 바지 때문에?
“집에 들어 가 봐야지 뭐.”
“그래 아직 한참 공부해야 할 학생인데, 너무 쏘다니지만 말고 공부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여자도 너무 밝히지 말고. 그럼 잘 들어 가. 다음에 또 봐.”
꼰대 흉내까지? 주미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게.
“진숙씨, 우리 다음에 만나면, 오늘 못다 푼 회포나 진하게 한번 풀어 보자고? 그 땐 내가 진숙씨를 완전히 홍콩으로 보내버리고 말겠어. 아마 미친 듯이 내게 매달리게 될 걸?”
“뭐?”
경악한 표정으로 여자가 미처 대꾸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재빨리 그 곁을 벗어났다. 놀라기는 뭘 그리 놀래? 계집 사내 만나면 결국 다 그렇게 되는 거지. 딱! 파!
대산다방 장옥자에게 들려 볼까 하다가 그대로 버스에 올라탔다. 노파심에서 설명을 덧붙여 보자면, 장옥자는 바로 저번 날 주미와 같이 그곳에 갔던 날, 내 몸에 자신의 허벅지를 마구 비벼오던 바로 그 다방 통통녀의 이름이다. 주미와 함께 들렸던 이후, 다시 혼자서 찾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까지도 그녀는 나를 또렷이 기억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들어가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오로지 내 생각만 했었다며 내 가슴팍에다 퐁퐁 옹 주먹질까지 쳐 대던 장옥자. 흐흐! 사실, 옥자라는 이름이 좀 의외이긴 했다. 전통미 진한 함자였으니 말이지. 하지만, 의외로 심성 곱고 붙임성 좋은 기질을 가진 여자였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하자마자 재빨리 유진숙이 일러준 곳으로 공중전화를 걸어 보았다.
“여보세요?”
젊은 아가씨 목소리. 물론, 진숙은 아니었다. 누굴까?
“거기 진숙이 있으면 좀 바꿔줄래요?”
“누군데요?”
전화번호가 맞긴 한가보군. 의외다. 그렇다면 진실로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야그? 흐흐! 그랬을 테지.
“학교 친굽니다.”
“학교......친구요? 그 그게, 아 아니 지 진숙이는 남자친구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말을 더듬는 진숙이 친구. 왜?
“남자친구가 아니고, 그냥 학교 친구라구요.”
“아, 그 그랬지요. 하지만 지 지금 진숙이는 없어요.”
왜 자꾸 말을 더듬을까.
“어디 갔는데요?”
“어 어저께 서울 갔어요.”
서울? 그럼 방금 전 본 진숙이는 뭐여? 이상해. 말을 자꾸 더듬는 것도 수상하고. 이 여자가 지금 거짓뿌렁 하고 있는 거 맞지? 맞는 거 같다.
“진숙이 집이 서울인가요?”
“네, 여 여기서 자취해요. 모르셨어요?”
“진숙이가 통 말을 해 줘야지 말이죠.”
“오늘은 내려온다고 했으니까 이따가 저녁때 다시 한 번 해보세요.”
“예, 감사합니다.”
좋아. 진숙이 니가 거짓말을 했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중요한 것은 삼양쇠고기라면 맛 그 자체일 뿐이니까. 딱! 파! 이번에는 또 조심스럽게 주희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마침, 그녀의 어머니, 아니 장모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딱! 파! 그대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미안 혀 주희야! 내가 나쁜 놈이라는 거 나도 잘 알어. 정말 미안 혀. 그래도 말이여.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단 말이여. 승주도 사랑하고, 주미도 사랑하고, 주희 너도 정말 사랑하고 있단 말이여. 내가 나쁜 녀석이란 것은 알지만, 그 사랑한다는 사실 또한 엄연한 진실인 것을 도대체 어쩌란 말이여? 게다가 이제 또 한 여자가 더 생길 것 같다 주희야. 도합 셋이란다. 아니 승주까지 더해서 도합 넷이란다. 아니 옥자까지 더해서 도합 다섯이네. 딱! 파! 가만, 그건 그렇고 저건 또 뭐여?
그랬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 확 거기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깊고 푸른 저 하늘 위에 제법 커다란 원반 모습을 한 물체 하나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두둥실 떠 있는 초현실적 장면. 믿겨지는가? 하지만, 제 아무리 두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쳐다보아도 그것이 그 자리에 둥실 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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