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잎새의떨림13

2025. 2. 8. 15:59허세창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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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 낙엽의 시간이 다 지나가면

다시, 하얀 눈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많은 날들을 그렇게 지나왔지요.

승주, 기억하나요. 함께 거닐던 그 가로수 길을.

그리고 내게 보여 주던 당신의 그 따뜻한 미소까지도.

승주, 나는 조용히 혼자 이렇게, 그 때의 그 길을 걸어봅니다.

그러면, 내려오는 비.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이 비는 여기저기 나무 가지들

사이로 후드득 흩어집니다.

그리고 어떤 소녀의 작은 물빛 그 웃음까지도.

승주, 나는 또 다시 이 거리의 끝에서 가만히 발길을 돌려봅니다.

그리고 초라하게 흔들리는 저 희미한 불빛마저도......

승주, 다시 이렇게 어둠이 깊어만 가면,

나는 또다시, 간절한 회색 빛 그리움으로 힘없이 이렇게 부서집니다.

(스무 살 승주에 미쳐있던 열네 살 수창의 횡설수설 중)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다. 계절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올 가을엔 사랑스러운 두 여자, 아니 세 여자 덕분에 그야말로 내 생애 최고의 한 철을 보낸 것 같다. 바로 공주미와 공주희, 그리고 김승주.

딱! 파! 화상, 혜은이는 아직 아님. 알어 짜샤! 분위기 잡고 있는데 꼭 그렇게 토를 달고 나와야겄냐? 그리고 내가 혜은이라고 하덜 말고 김승주라고 하라고 했냐 안했냐? 알았어. 미안 혀. 후다닥! 그 자식 참!

지금까지의 내 짧은 인생에 있어서 이토록 화려한 시절이 또 있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니, 없는 것이 확실하다. 

이층, 내 방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물 묻은 골목길 위에는, 퇴색된 낡은 이파리들이 이리저리 사람 발길에 치이고 짓눌리다가 마침내는 원자처럼 분해 되어가면서 심한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12월의 중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세상은 더욱 더 찬 기운을 더 해 가리라.

어제도 역시, 주희와 만나서 영화를 보고, 차도 마시고, 밥도 사 먹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입맞춤 이상의 육체적인 관계로까지는 발전하지 않고 있다. 그건 내가 의도하는 바다. 나중에 주희와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그녀의 순결을 꼭 지켜주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인 것이다. 주희와의 만남 비용은 서로 반반씩 부담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그 반을 부담 하는 것조차도 내게는 버거운 일이긴 하지만...... 엄니에게서 얻어 쓰는 쥐꼬리 만 한 용돈을 제외 하고는 어디서 돈 하나 생길 구석이 없으니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주미에게 용돈 좀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사내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내팽개쳐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지.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미에게는 용돈을 타 쓰고 싶지가 않다. 주미에게서는 돈 보다 더 가치 있는 달콤한 사랑의 꿀물을 늘 받아먹고 있으니 말이지. 여기서 더 욕심을 내면 말 그대로 나는 제비족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인간이 되고 말리라.

오후에는 비가 갰다. 그런데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주미를 만나 주어야 하는 날이다. 결국, 주미의 눈물과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에 항복을 하고 만 것이다. 그 맛좋은 유부녀를 도저히 떼어 낼 재간이 없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지금도 그녀를 진실로 갈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핑계로 은근슬쩍 그녀를 떼어내기 싫은 이유를 찾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비밀이지만, 주미의 거시기는 세상 모든 남자들이 열망 해 마지않는 명품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는 명기(名器)라고도 불리는 그 것 말이다. 딱! 파!

어제가 가난한 연인들의 가난한 만남이었다면, 오늘은 그래도 그런대로 먹고 살만한 처지의 명기 유부녀와 가난한 고삐리의 만남일이다. 그 덕분으로 오늘은 주미에게 양식(洋食)이나 한번 얻어 먹어보려고 한다. 용돈을 받지는 않지만, 주미가 사 주는 음식은 그냥 얻어먹는다. 그것마저 거절을 한다면 그건 주미의 호의를 너무 무시하는 행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희는 아직도 나와 주미의 관계를 확실히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가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오기는 하지만. 다행히 주미가 주희에게 일러바치지는 않은 것 같다. 기특하고 대견한 여자. 그리고 주미의 법적인 남편 역시도 아직까지는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있단다. 오히려 그 때 그 일로 인하여 자기 법적인 아내와 그 버릇없던 고삐리 녀석이 어색하고 껄끄러운 이웃으로 지냈을 것이라는 오해마저 하고 있단다. 가끔가다 한 번씩 내 이야기가 나올 때면, 주미가 먼저 ‘그 버릇없던 고삐리 녀석?’ 하며 선수를 치기도 한단다. 그러면, 그 인간이 되려 그 버릇없던 녀석 지나치게 갈구지 말라고 손까지 저어대기도 한대나 어쩐대나. 그 인간이 아무래도 그 일 이후로 내게 겁을 많이 집어 먹은 것 같기는 하다. 그냥 살짝 한번 쓰다듬어 준 것 뿐인데...... 본래 크게 짖는 강아지가 겁이 많다고 하지 아마?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버릇없는’ 이라고 하는 현재형이 아니고, ‘그 버릇없던’ 이란 과거형을 그 인간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오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딱! 파!

주미와 나의 오작교 만남 장소는 시내 공원 광장이다. 그녀는 오늘도 친구 만나서 기분전환 좀 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외출을 할 것이다. 제 법적인 남편에게 아기까지 맡겨놓고서 말이지. 사내는 대학까지 나온 여자가 집에서 살림이나 하면서 늘 처박혀 있어야만 하는 처지를 동정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좀 의외다. 그리고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예전처럼 아내에게 손찌검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믿겨지지가 않는다. 역시 일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긴 좋은 가 보다. 실업자 신세를 면하자마자 그토록 드럽던 승깔머리가 그토록 연한 모습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으니 말이지. 그러면 안 되는데? 이러다 다시 주미의 마음이 그 인간한테로 돌아서는 거 아녀? 딱! 파!

집을 나섰다. 약속 시간은 오후 한 시. 주미와 오작교 장소에서 만나, 잘 가는 경양식집에 들러 햄버그 스테이크를 사 먹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서양 음식을 먹으니 그 맛이 더 각별한 것 같다. 그렇게 음식을 섭취하고는 드디어 우리 둘만의 밀회 공간 중 하나인 야간비행으로 이동했다. 야간비행은 판돌이가 쪽지로 신청곡을 받아서 미국 가요만 틀어주는 곳이다. 늘 실내 공간 가득이 미국 가요들만 흐르고 있다. 우리 가요는 절대 틀어 주지 않는다. 승주 노래만이라도 좀 틀어주면 좋으련만. 내 욕심이겄지? 우리가 들어서자 마침 '비지스'의 '스테잉 얼라이브'가 온 실내를 휘돌아 흐르고 있다. 디스코 음악의 교과서 같은 곡. 난 이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사실, 우리 가요를 안 틀어주는 것에 불만이 있긴 해도 미국 가요 역시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이곳을 들르고 있는 것이다. 주미 역시도 평소 집에서 미국 가요를 즐겨듣기 때문에 이곳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고전음악을 전공한 여자치고 참 개방적인 것 같다. 사실 주미 역시 나 만큼이나 우리 가요도 무척 좋아한다. 특히 혜은이, 아니 승주 노래를 무척 좋아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녀의 노래를 별로 듣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아주 쉬운 문제니까. 초창기 주미와 그 짓거리를 하면서 은은하게 승주 노래를 깔아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수가 없다. 승주 얘기만 꺼내도 경기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막 할퀴려고까지 든다. 네 집에 있는 그 여자 음악 테이프 죄다 내다 버리라고 귀여운 앙탈까지 부려댄다. 하지만, 그 앙탈 순순히 받아 줄 내가 아니지. 어떻게 소장하게 된 승주 테이프인데 그 테이프를 함부로 내다 버려. 먹고 싶은 핫도그, 덴뿌라도 못 사 먹고, 어렵게 사 모은 테이프인데. 어찌됐든, 소중한 승주의 테이프가 주미의 손에 들어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 그야 아무리 질투쟁이 주미라고 해도 엄니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계신 우리 집으로 감히 쳐들어 올 엄두까지는 못 낼 테니까. 크크크!

‘스테잉 얼라이브’에 이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온 실내를 절규한다. 사실 이 노래는 미국 가요가 아니고, 영국 가요라고 해야 정확하다. 왜? ‘퀸’ 자체가 영국 출신 그룹사운드니까. 하지만, 미국 가요에 더 해서 영국 가요까지는 그냥 허용을 해 주는 듯싶다. 사실, 미국 가요나 영국 가요나 그게 그거 아닌가. 도친 게 메친 게지 뭐.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들어 주는 곡이 ‘스테잉 얼라이브’라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대중가요임에도 마치, 오페라 예술작품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프레디 머큐리의 절규하는 듯, 호소하는 듯 한 목소리가 압권이다. 주미가 다시 대학생활로 돌아간 것 같다고 코맹맹이 소리를 내어온다. 그런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다시 한 번 보드라운 두 볼을 손으로 꼭 감싸 쥐고 뜨겁게 입맞춤을 해 주었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우웁우웁 신음을 흘려내는 유부녀 아줌마. 이 여자 어쩌면 이리도 귀엽고 사랑스럽냐? 내가 미친다니까.

사실, 이 야간비행은 연인들끼리 가까이 붙어 앉아서 노골적으로 몸을 비벼대도 별로 흉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젊은이들만의 독특한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사랑하는 연인의 입술을 마음껏 훔칠 수도 있는 곳. 단, 그 짓거리까지는 허용이 안 된다. 딱! 파! 이런 음악다방이 이 거리에는 십여 개 정도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그 중에 이곳이 가장 이름이 난 곳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적당히 음침한 분위기, 세련된 실내조명, 고급스러운 차 한 잔의 낭만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주미와의 밀회 시간 자체는 결코 길게 가져갈 수가 없다. 엄연히 애 엄마이니, 그 애를 위해서라도 빨리 귀가를 시켜 주어야 하니까. 그리고 착실하게(?) 변신한 법적인 남편 역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잠시라도 방심을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주미의 법적인 남편이 일시적으로 연해졌다고는 해도 그 근본을 망각하면 안 된다. 늑대가 잠시 양의 탈을 빌려 쓰고 있다고 해서 영원히 그 탈을 계속 뒤집어쓰고 있지는 않을 테니 까. 딱! 파!

주미에게 선곡을 권유해 보았다.

“뭘 신청 해 자기야?”

다시 말하지만, 우리 큰 아가는 고전 음악을 전공한 사람답지 않게 대중음악에 대해서도 편견이 없다.

“아무거나 하나 골라 봐.”

그러자 우리 큰 아가가 그 귀엽고 달콤한 입술을 앙증맞게 꼭 다물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그 석류 속 같은 입을 열어 제안을 한다.

“블론디 어때? 더 타이디스 하이."

“좋아. 나도 좋아하는 곡이야. 판돌이에게 갖다 주고 올께!"

주미의 귀엽고 달콤한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고서 판돌이에게 쪽지를 전해 주고 돌아 왔다. 다른 사람들이 신청한 몇 개의 곡이 흐르고 난 뒤, 드디어 우리가 신청한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더 타이디스 하이’에 맞춰서 우리는 가볍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더 참지 못하고, 주미의 몸뚱이를 번쩍 들어 안아 무릎위에 올려놓고는 계속 몸을 흔들어 준다. 한없이 좋아하는 우리 주미. 그런 주미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많이 흡족해 진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주미는 이렇게 번쩍 들어 안아 주거나 업어 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이한 것인지, 다른 여자들도 그런 것인지. 언젠가는 우리 주희에게도 꼭 한번 시도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아 물론, 우리 주희와 혼인을 한 이후에. 딱! 파!

그렇게 야간비행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즐긴 후, 마지막으로 꼭 통과의례처럼 치뤄야 하는 의식만 남았다. 주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가 항상 마음속에 가장 갈망하고 있는 바로 그 신성한 의식. 바로 자연이 부여한 성스러운 그 교합 의식 말이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의식 행위를 그녀의 집에서 치르어 내곤 했었는데, 이제는 장소가 바뀌었다. 바로, 야간비행 근처의 분위기 좋은 여관방. 나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더 이상 위험을 감수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전에야 내가 그 집의 이층에 살고 있어서 언제든지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게 된 때문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주미의 집에서 의식을 치르던 도중에 그녀의 법적인 남편이 느닷없이 들이닥치기라도 한다면, 그 땐 정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말이지. 예전처럼 후다닥 이층으로 몸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우리가 살던 이층집에 새로 이사 온 할머니가 주미한테 유난히 관심이 많다고 한다. 새댁 같이 어여쁜 아낙은 귀 빠지고 나서 처음이래나 뭐래나. 그래서 그런지 아무 때나 불쑥불쑥 그 실내계단통로를 통해서 주미 집으로 찾아와서는 이것 좀 먹어봐라 저것 좀 먹어 봐라 하며 자신의 셋째 딸 대하듯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말로는 당신의 셋째 딸이 그렇게도 예쁘단다. 우리 승주도 셋째 딸인데 혹시 승주 엄니? 딱! 파! 희한한 것은 그런 할머니한테 너무 그러지 마시라는 소리를 차마 꺼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단다. 흐흐흐! 어찌됐든, 여관방 침대에서도 마음껏 명기를 잘 희롱할 수가 있는데, 굳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뭐 있겠는가. 여관방 대관비까지 그녀가 다 부담 해 주는 데. 신경이 쓰이는 일 하나는 그 인간이 요즘 들어, 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불쑥 불쑥 집에 들려서는 막무가내로 우리 주미를 거실 바닥에다가 자빠뜨리는 일이 비일비재 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내구실까지는 제대로 못하고, 늘 혼자서 학학대기만 한다는 것이다. 아기를 보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제법 용을 쓸 줄 알더니, 어느 날부터 그렇게 됐단다. 그래서 더 더욱 그 인간의 승질이 예민해졌던 것이고, 또 그래서 나한테까지 함부로 시비를 걸고 들었을 것이라는 주미의 해석이다. 불쌍한 녀석. 하기야, 명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내가 어디 그리 흔할 것인가. 나 정도 되는 왕성한 정력과 체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말이지. 사실, 주미와 나는 속궁합도 아주 잘 맞는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몇 번을 까무러쳤다가 다시 깨어나곤 하던 명기 아줌마가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먼저 여관방을 나선 후, 정확히 삼십 분쯤을 더 기다려서 나 역시도 천천히 여관방을 빠져 나왔다. 자나 깨나 불조심, 오나가나 남편조심. 딱! 파!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자가 무서워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귀찮아서 이러는 것이다. 아무리 사내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된 녀석이라도 해도 제 법적인 아내와 버릇없는 고삐리 녀석을 한통속으로 몰아서 간통 혐의로 집어넣을 수는 있을 테니 말이지.

조심스럽게 여관 문을 빠져 나온 버릇없는 고삐리 녀석의 발길이 유유히 향하고 있는 곳은 또 어디? 딩동댕! 잘 맞추셨습니다. 바로 대산 다방 되겄습니다. 명기 아줌마를 아주 맛 좋게 잡수셨으니, 이번엔 또 시집 안 간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처녀를 후식으로 드셔야 하기 때문입지요 네네. 딱! 파! 왜 또 임마? 내가 틀린 말 했냐? 그럼 통통녀가 시집이라도 간 흐물흐물한 헌 계집이란 말이여? 화상, 내 뜻은 그게 아니고 너 왜 이렇게 순식간에 인간 말종이 되어 버렸냐 이 말이여? 너 인생 막 살기로 작심을 한 겨? 그려 임마! 그러기로 작정했다 어쩔 껴?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몰라 짜샤? 그래서 나 이제부터는 막 살기로 작정했다 왜? 주미도, 주희도, 승주도, 옥자(통통녀 이름)도 다 나오라고 혀! 죄다 냠냠짭짭 해 버리고 말 팅께! 딱! 파! 이 새끼가 왜 자꾸 때려 때리길? 인간 말종이 되기로 작심했다니께? 너도 맞아봐라 짜샤! 퍽퍽퍽! 꽥! 꽥! 아구! 아구! 짜샤 죽네! 동네 사람들아아! 인간 말종이 되기로 작심한 고삐리 녀석이 사람, 아니 짜샤 죽인다! 퍽퍽퍽!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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