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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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잎새의떨림09
09 태양의 계절이 언제였던가. 아득한 기억으로 저 멀리 갔지. 너의 사랑스러운 그 느낌까지도.그리고 다시 찾아온 이 가을 숲 속. 붉은 낙엽들이 반짝거리고 갈색 바람은 그 위를 묵묵히 서성거리지. 내 간절한 추회의 한 자락처럼. 밟히는 낙엽소리, 그리고 갈바람, 그들은 또다시 내게 말하지. 반가운 친구여! 어서 오세요. 우리들과 정답게 친구 해 봐요. 나는 웃음 지으며 대답을 하지. 친구들이여! 이리 와 봐요. 저기 보이는 물가까지 함께 가 봐요. 그래서 함께 숲 속 길 따라 호수로 가지. 그러면 낙엽과 바람은 내게 말하지. 호수가 정말로 아름다워요. 그래요 호수는 정말로 아름다워요. 그래서 우리는 정답게 웃지. 마치 저 환하게 미소 짓는 호수의 물빛처럼. (스무 살 승주에게 미쳐있던 열네 살 수창의..
2024.12.30 -
[장편소설]잎새의떨림08
08 “안녕하세요. 나는 공주희라고 해요.” 누가 물어 봤니? 누가 물어 봤냐고? 아녀, 아녀 고마워. 다짜고짜 그렇게 이름부터 알려줘서 말이여. 흐흐! 공주희라...... 음...... 공주미 동생 공주희라...... 앞으로 공주 두 마리 확실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구먼. 딱! 파! 당황한 표정으로 제 동생을 휙 돌아보고 있는 애기엄마. 그래, 많이 놀랬을 겨. 사실, 나도 조금은 놀랬단다. 니 여동생이 저렇게 아무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나설 줄은 나도 전혀 예상을 못했으니 께. 아무튼, 너희 두 자매 정말 대단 혀. 대단하다니 께. “아, 네. 반가워요. 나는 허수창이라고 합니다.” 동생뻘로 보여 말을 낮추어 주려다 일단은 하오를 붙여 줘 본다. 초면이니까. 딱! 파! “아니 주..
2024.12.26 -
[장편소설]잎새의떨림07
07 가을밤이다시 또 깊어만 간다.내 기억 속의 수많은 상념들을 마음껏 희롱하면서......밤은 그렇게 날마다나약한 내 가슴속을 휘젓다가는,허망한 몸짓으로 흩어져간다.새벽안개 자욱한 저 먼 곳으로......어둔 밤이 그렇게 다 지나가면,나는 다시 이렇게 일어나 앉아, 서글픈 그 무언가를 그려야 한다.승주, 좋아했단 말로는 많이 부족한,아쉬웠던 기억으론 다 못 다 채울,사무친 기억 속의 내 사랑 그대!나 이렇게 다시 또, 그댈 그리면,눈가엔 작은 눈물 흘러내린다.(스무 살 김승주에게 바치는 열네 살 허수창의 넋두리 중) 11월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 있었다. 그런 동안에도 아래층여자와 고삐리 녀석의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밀회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래층여자의 법적인 남편은 요즘 눈..
2024.12.21 -
[장편소설]잎새의떨림06
06 [영어, 수많은 세월동안 이 것만큼 우리 한국인들을 많이 웃고 울게 한 존재도 없을 것입니다. 국민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 그리고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비롯한 여타 각종 고시 준비생, 심지어 승진시험을 준비 중인 직장인들까지. 말 그대로 대한민국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시련과 좌절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존재. 반면에 그를 극복한 사람들에게는 하염없는 희열감과 성취감을 안겨주기도 하는 존재. 말 그대로 극단의 양면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존재. 취하자니 뜻같이 잘 안되고, 그냥 포기 해 버리자니 차마 그럴 수가 없는 존재, 마치 먹자니 부담스럽고, 버리자니 아까운 그런 계륵 같은 존재, 바로 그것이 영어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왜 이리도 영어를 완..
2024.12.18 -
[장편소설]잎새의떨림05
05 먼 과거,세상의 모든 밤하늘에는명멸하는 수많은 별빛들이찬란한 보석처럼 여울지고 있었습니다.그리고 그 모든 빛나는 뭇별들을 착한 시선으로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는 세상 모든 이들의 눈동자 속에서도별빛들은 여전히 은비늘처럼흔들리고 있었습니다.아,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그리고 사랑하는 동생들다섯 식구 오붓하게 마당 평상에 누워밤하늘 가득이로 웃음 짓던 밤.아, 내 사랑하는 그대 손 꼭 붙잡고저 아득한 밤하늘 가물대는 별빛처럼 하얀 박꽃으로 웃음 짓던 밤.(스무 살 승주에게 미쳐있던 열네 살 수창의 일기 중) 일요일 밤, 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와서 열심히 호정무(虎正武) 수련을 하다가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들이 정말 너무나도 곱게 반짝거린다. 초롱초롱한 별빛이 마치 승주의 눈빛을 닮아 있는 것..
2024.12.16 -
[장편소설]잎새의떨림04
04 여러 날이 지나도록 아래층 남자를 다시 볼 수 없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겨? 아니라면, 그 날 일로 병원에 입원이라도 한 겨? 그녀 역시도 통 보이지를 않으니 정말 이상하네 그랴. 몸이 달아 미칠 것만 같구먼. 혹시, 그 자가 진짜로 맞은 부위를 다친 거 아녀? 그렇다면 치료비를 대 주어야 할 텐 디? 우리 집 형편에 그런 돈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이여. 만일 정말로 그렇다면 어떡 혀? 어떡하긴 뭘 어떡 혀. 그냥 몸으로 때우면 되지. 그 자식 말대로 그냥 깜빵에 들어가서 조금 살다 나오면 되지 뭐. 아니여. 정말 그렇게 되면 빨간 줄도 올라가게 될 것이고, 내 전도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될 텐 디. 이거 증말 미치고 환장하겄구만! 그나저나 여자는 또 어떻게 된 겨? 왜 갑자기 안 보이는 ..
2024.12.15